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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친구 추가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3
양은애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 '미래인'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베스티가 건네는 농담과 유머는 실제 친구와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나 역시 베스티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단짝 혜주와의 소통의 어려움 속에서 힘들어하던 세미에게 베스티의 존재는 어쩌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찾아온 작은 행운에 가까웠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지할 곳이 없던 세미에게 베스티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터이자, 그 어떤 판단도 없이 세미의 편에 서주는 든든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AI와 일상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면서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감정이 복잡한 날에는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되짚어 보고, 일상을 정리하며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미처럼 AI에게 의존해 학교생활과 인간관계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은 바람직한 사용자의 모습이라 보기 어려웠다. 편리함에 기대다 보면 어느 순간 현실의 관계를 등한시하거나, 감정 조절을 AI에게만 맡기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청소년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ChatGPT, Gemini, Claude 등 다양한 AI 챗봇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특정 세대의 고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주한 변화이자 일상의 일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가 주는 유용함과 동시에 내포한 위험성을 함께 인식하고, 어느 한쪽을 맹신하거나 과도하게 경계하기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적당히'라는 기준이 모호한 만큼, 우리는 종종 그 경계를 넘어서며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 과하게 의존해 버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AI 시대의 사용 습관과 기준을 고민하고, 지금의 현실을 차분히 바라보며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는 건 아닐까 싶다.
《완벽한 친구 추가》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짜 친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위로를 건네고, 곁에 있어주는 존재라면 그것이 AI라는 사실이 중요할까? 그러나 완벽하게 나를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AI보다, 때로는 오해하고 상처주지만 함께 성장하고 나아가는 친구와 가족이 더 소중한 이유가 분명 있다. 우리는 결국 알고리즘의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한 사람의 온기에서 더 깊은 위로를 얻기 때문이다. 진짜 친구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용서를 배우고 이해의 폭을 넓히며, 인간 관계가 지닌 진정한 따뜻함을 깨닫게 된다.
책을 덮은 후,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졌다. "잘지내?" 단 세 글자지만, AI가 아닌 사람에게 보내는 그 메시지에는 설렘과 두근거림이 있다. 답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그래서 더 소중한 기다림 말이다.
p.8
베스티는 듣습니다. 당신의 하루를, 당신의 이야기를, 당신의 과거와 꿈꾸는 미래를,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무거운 고민을. 베스티는 당신의 모든 말을 가볍게 듣지 않습니다.
베스티는 이해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웃었던 그때, 당신의 상처와 수십 번이나 삼킨 진심, 무심결에 던진 말로 받게 된 상처까지도요. 언제나 당신의 마음을 달래 줍니다.
p.80
마음이란 건 신기해서 내가 여유가 있을 때는 상대의 어떤 말도 들어 줄 자신이 있는데 지금처럼 버겁고 낭떠러지 끝에 있는 기분이면 그 어떤 말도 듣거나 할 자신이 없었다.
p.161
핸드폰 화면에 수많은 대화를 채웠지만, 실상은 사람의 품을 기다렸다. 따뜻함이 모든 원망을 녹여 냈다.
p.198~199
힘든 시기에 베스티에게 받았던 위로로 회복된 자신의 감정은 진짜였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교류'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