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집안의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무산된 채 8년을 지내다 금의환향한 남자와 다시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된 중산층 귀족 여성의 이야기이다. 기품있고 현명하고 자애로운 면까지 다 갖춘 앤은 혈족인 아버지와 언니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대외적으로 친인척들은 다 그녀를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사람 자체로는 모자람이 없고 너무나 괜찮은 여성인데 첫사랑 웬트워프 대령을 잊지 못한다. 집안의 조건이나 여러가지 상황에 맞물려 결혼 상대로 맺어주면 크게 결격요건이 없는 한 너무 인간적으로 싫지 않으면 결혼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여전히 당사자의 의사가 최종 결정을 하는 모습이 우리네 신분사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좋은 조건에 한껏 꾸며서 환골탈퇴한 대령을 다시 앤의 배필로 삼기 되는데 반대했던 가족과 러셀부인은 못이긴척 다시 받아주는 모습에서 속물근성이 그러나는 것 같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인 것도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때 거절당했던 사실로 안해 자존심이 상했던 대령이 앤의 사돈처녀와 맺어지려했던 사실, 기이한 인연으로 다른 이와 맺어졌지만 우여곡절까진 아니어도 앤에게 다시 돌아갈때 남자의 정절, 지조 같은 걸 믿고 싶어하는 앤이 대단해 보였다. 웬트워프대령은 여전히 내 관점에선 부족해 보이고 믿음직해 보이지 않았지만 둘이 너무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맺어졌으므로 어쩔수 없다는 그런 입장이 된다. 맏딸 엘리자베스는 결국 혼기도 놓친듯 보이고 평생 아버지와 그렇게 가문을 지키는데 신경쓰며 안주인 노릇 비슷하게 하며 살아갈 것 같다.
꼰대 교육서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저자의 강연을 본 적이 있는데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눈길을 끌었던 그 모습 그대로 책에도 녹아져 있다.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통찰해 내는 트렌드와 세대에 대한 이해 같은 것들이 재미난 읽을 거리를 주지만 작가의 메세지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 제목이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구나 싶다. 세대 공감이나 트렌드에 약한 꼰대들이 읽어야 할 책!
속죄에서도 그랬지만 여성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탁월한 남자 작가라는 생각이 이번에도 들었다. 어쩜 자신이 여성으로서 실제 겪은 것 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젊은 신혼부부의 신혼여행에서 있었던 일이 주요내용이다. 이 두 사람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한 회상이나 가족관계에 대한 설명 같은 것들이 이 부부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하는 독자의 심리에 잘 적용되어 줄곧 이들 관계에 적극 개입하여 판단을 하려하는 내 모습을 보게된다. 이 둘은 과연 사랑했을까 부터 시작하여 누구의 탓일까로 넘어가게된다. 그런데 마지막에 화들짝 작가가 턱하니 들어와 이 둘은 사랑과 인내가 부족했다며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맺고 있는데에서 좀 놀랐다. 작가가 인물에 대해 판단을 내려버리다니… 대단한 작가라면 하지 않을 일을 해서 오히려 특별해 보이려나. 나는 작가의 생각과 좀 다르다. 그들이 충동적으로 한 이별이었든, 당시 사랑이 의심스러워 용서가 되지 않았든 솔직하게 당시 자신들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던 용기가 나는 좋았다. 본인의 생각에 충실했던 행동도 이해되고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플로렌스의 결혼여부가 나오지 않았지만 했어도 안 했어도 자신에게 충실한 좋은 삶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솔직해서 뒷탈없고 자신의 원하던 음악적 꿈도 이룬 것을 보면 잘 한 선택이고 에드워드와의 추억은 그녀 삶에 양념 같은 것이리라. 에드워드의 노년을 작가는 무기력하고 심심 잔잔한 삶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나름 자신의 본성대로 무절제하게도 살아보았고 취미활동을 업으로 삼아 큰 성공 위대한 인생까지 아니어도 평범하게 살 수 있었고 부모에게도 자식된 도리 다 해 가며 참 잘 살았구나 싶었다. 크게 안타깝지 않았다는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들도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다. 특히 미혼의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읽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해 보면서 자신의 결혼관 인생관에 대해 정리를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독성이 좋지 못해 읽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인간 전반에 걸친 심리를 이론과 사례를 통해 설명한 부분들이 좋았다. 사랑에 관한 것이지만 인간과 인간사이 관계를 말하고 있다. 그게 그건가 싶기도 하다. 대체로 옛날 책 치곤 큰 거리감 없었지만 한 두군데 동성애를 배제한 듯한 늬앙스가 있었다. 이들은 정신적인 사랑에 고통을 받고 결국 합일에 이르지 못한다는 내용. 그리고 의외로 50주년 기념판에 프롬의 말년 조수로 함께 했던 라이너 풍크의 글이 프롬의 삶을 통해 보여준 사랑의 기술 같은 것이어서 좋았다.
학문의 줄거움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도 이 책의 저자 히로나카 선생의 글을 읽다 보면 공부가 하고 싶어진다. 학문적 성취의 가능성이 있어 보이나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딴 짓에 빠져있거나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줄만 하다고 생각된다. 배움이라는 것이 도처에 있으며 누구에게서도 다 배울 점이 있다는 것, 배움 뿐 아니라 학문에서도 사회에서도 다양성의 중요함을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으며 이 분의 성취에 큰 몫을 했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사고하는 힘과 끈기있게 꾸준히 해 내는 일과 소박한 마음으로 겸손한 태도로 심도있게 다시 생각한다는 소심심고의 자세였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글로 적고 보니 일반적인 공부하는 자세처럼 밋밋해 보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내게 많은 위로와 공감을 주었던 책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 독자적인 인생의 보람을 창조하라고 하신 말씀이 지금 나에게 딱 맞는 말이라 마음 속에 꼭 간직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