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부터 반감이 든다. 독서와 독서토론을 즐기는 나로서 책을 읽지 않고 떠들어 대는 아무말 대잔치가 당장 떠 오르기때문이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니 책 안 읽어도 되는 이유에 대해 늘어 놓는 말이 거의 궤변수준이어서 삐딱한 태도로 읽어가던 중... 몽테뉴의 이야기에서 설득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작가의 의도라면 이런 현상을 경계해야하거늘 ㅎ) 기억력이 유난히 좋지 않았던 몽테뉴는 책 마다 각주를 달고 어차피 읽어도 기억을 못한다는 것을 인정한 채 강연도 하고 집필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 나도 읽은 책을 다 기억하지 못할때가 많지 그 상태로 읽었다면서 책에 대해 얘기를 하지 그렇다고 대화가 안 되지는 않지 그래... 하면서 한층 누그러진 자세로 읽어나가게 되었다. 그러다 마지막에 오스카와일드를 통해 비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비평 대상과 거리를 두고 심지어 동 떨어져서 자신의 얘기를 하는 창작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다시금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비평이 비평의 대상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그게 사회적으로 용인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책 마무리 격으로 정리된 말에서 우리모두 주체로서 자신의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창작자가 되라고 한다. 독서로인해 틀에 갇히거나 매몰되어 스스로를 잊어버리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어차피 이 책의 저자도 자기 책에 매몰되어 비독서가로 살며 떠벌리고 살기를 바라비 않을테니까... 참으로 희안하고 즐거운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이 책 읽으면서 한 부분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설명대로 보고 완벽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면 적어도 수학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일 거에요.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달까... 수학의 개념을 깨우칠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어요. 잠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삼각함수, 근의 공식 그냥 외워서 문제 풀이에 쓰라고 하지요. 그런데 나는 그게 어떻게 공식이 되서 여러 문제에 적용되는 걸까 궁금했어요. 참고서 귀퉁이에 공식의 유래, 증명 따위가 간략하게 나오는데 너무 대충이라 답답하더라구요. 그런걸 선생에게 물어보고 끝까지 쫓아가 알아냈어야했는데 혼자 쩔쩔 매다가 포기하는 적도 많았죠. 가끔 쉬운 건 혼자 찾아내기도 하고... 그럴때 느끼는 희열이 있어요. 공식 안 쓰고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고집스레 문제를 풀었는데 답이 나오는 그런 경우요. 그런 걸 좋아했어요. 이 책이 그런 과정들을 말로 다 풀어서 설명하고 있어서 너무 좋아요. 이렇게 배워서 알게 된 것은 오래 기억되고 무엇보다 내가 생각한 논리대로 다 풀어지는 걸 경험했기때문에 문제해결에 자신감이 생겨요. 내가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내 생각대로 논리대로 풀면 답에 도달한다는 걸 알거든요. 수학교육이 좀 이런 식으로 되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속도전이라 나 같이 탐구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이과를 갈 수 없게 만들어요.이과성향인 아이인데 수학을 기피하게 되었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생각들이 오가고 흥분이 될 정도로 제게는 엄청난이야기로 다가왔다.부모라는 사람이 만든 세계로 인해 인간으로서 겪는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에 대해 너무나 생생하게 적고 있어서이다.처음에 사지로 모는 아버지와 모든걸 감싸주고 치료하는 어머니를 보고 묘하게 인간의 생명력이나 그들의 정신력 같은 것에 놀라워 하기도 했고 그들이 믿는 신이 정말 대단한 건가 싶기도 할 정도로 어느새 그들에게 세뇌가 되었다가 타라의 성장과 고민이 내 일처럼 같이 고통스럽게 느껴졌고 나중엔 끝까지 가족과 화해하려는 타라가 안타까웠다.모두들 나 자신의 주인이 되라, 주체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라는 근원에 뿌리 박혀있는 부모, 가족이 굴레가 되어 옥 죄고 있다면 거기서 정말 자유로운 나로 살 수가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책에서는 교육받지 못한 타라의 형제들과 교육을 무시한 그 부모들이 만든 철옹성 같은 그들의 세계가 비정상적이라 보여진 것은 대부분의 우리들이 정부의 울타리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라의 부모가 학위를 가진 고등 교육받은 사람이면서 정부의 정책에 반하지 않고 겉으로 자못 훌륭한 부모처럼 보이면서 자식을 신체적 정신적 학대로 괴롭히고 있다면 그 철옹성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싶은 끔찍한 상상도 하게 된다.
그리스인 조르바와는 반대편에 있음직한 사람 스토너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묵묵히 해 내는 사람이다. 책 표지 추천사나 소개를 보면 대단한 영웅서사가 나올 것 같았는데 의외로 그는 평범하고 보통의 내성적인 사람이다. 운명처럼 대학에서 학자로서의 재목으로 그를 알아봐 준 교수의 말을 듣고 부모님과는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된다. 학자, 교육자로서의 삶에서 의미를 찾고 비록 잘못된 결혼으로 가정생활에서 만족감을 얻기 어려웠지만 특유의 묵묵한 성실함으로 버티며 그로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년이 되어 찾아온 그의 진짜 사랑은 짧았지만 강렬했고 인생 최고의 행복과 만족을 주었지만 시련과 불행도 안겨주었다. 인생이란 그런 것일까...대학에서도 열심히 한 그에게 행운만 따르지는 않았지만 끝내 그는 존경받는 교수였고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들도 그의 뜻대로 했으니 만족스런 삶을 살았다고 자족하며 편히 눈을 감았을 것이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그의 아내와 딸이 그에 비하면 불운한 삶을 산 것 같아 안타까웠지만 그의 사후 왠지 새 삶을 잘 꾸려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 또한 스토너의 영향력이라 생각하니 죽고 나서도 좋은 영향력을 마치는 좋은 삶은 산 그가 부럽다. 나의 남은 생은 어떠해야 할까를 진심 고민하고 생각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