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
황교익 지음 / 터치아트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뜸해졌지만 올 초에 시작된 여행의 연속이 아이들을 물들이게 했나보다. 주말이 되면 여행가자며 조르는 아이들, 옆에서 마냥 지켜만 보는 아내, 여행지를 정하고 떠날 쯤 아내는 갑자기 물어본다. ‘가서 점심은 뭐 먹지? 맛집 알아봤어?’ 여기저기 블로그를 통해 여행정보는 알아보고는 아이들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항상 시큰둥 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가슴이 철렁하다. 결국엔 스마트폰으로 여행지의 맛집을 대강 검색하고 여행은 시작된다. 그러나 여행이 계획대로만 진행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여행이 녹록지 않다. 여행은 고사하고 먹는 것도 차에서 대충 먹기도 하고 혹시 몰라 준비해간 김밥과 과일로 허기를 달래기 일쑤다. 무성의한 점심을 한 아내와 아이들은 즐거운 여행이 피곤한 여행으로 바뀌는 순간 이다.
맛있는 음식과 한 여행은 모두가 행복했던 것 같다. 오히려 관광 하는 것 보다 TV에 나왔다던 국수집에서 국수와 영양계란을 먹거나 그 지방의 특산물을 먹는 재미에 신들린 것처럼 좋아한다. 다녀와서도 다음에 또 가자는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도 듣게 되었고, 아내도 싱글벙글한 얼굴을 하며 다음 여행지까지 운을 떼기도 한다. 여행에 있어 언제나 음식을 뒷전으로 했던 나의 행동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는데 몰라도 너무 몰랐나 보다. 이제부터 맛과 여행을 동시에 충족시키고자 여행과 맛집과 책에 관련된 카페에 들러 정보를 검색하는 중에 여행할 때 가지고 다니며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는 책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을 만나게 되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맛집을 다루는 카페와 블로그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스마트폰 어플에도 마찬가지다. 모두 먹을거리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와 자신의 맛에 대한 느낌을 다룰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먹을거리의 기본정보를 넘어 역사적 유래와 채취시기 및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언제 먹어야 제 맛인지를 담아내었고 한국인의 정서와 생활상까지 담아내어 먹을거리에 대한 인간적인 면까지 더해 따뜻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구분하여 제철에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맛을 이 책에 담아내었다.
차례를 검색해 보니 가을의 맛 여행지 고창의 풍천장어가 눈에 띄었다. 일단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고 남자들에게 좋다고 하니 유심히 읽어 보았다. 일반적으로 풍천장어는 풍천에서 잡은 장어로 알고 있었다. 책에서는 그 외에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장어의 종류, 뱀장어의 일생, 그리고 처음 알았던 사실은 장어는 완전양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태평양 실뱀장어를 수입하다가 국내에서 양식을 하여 풍천장어로 거듭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앞으로 식당에 가면 자연산이라 적혀있는 장어는 한 번씩 물어봐야겠다.
이 외에도 가을의 맛 여행지인 임진강의 유명인사 민물게인 참게, 남원의 미꾸리 추어탕 등이 소개되어 있는데 모두 나의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들이어서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무척 즐거울 것만 같다. 여행지에 가서 음식을 앞에 두고 가족들에게 ‘딸기는 아메리카 지역이 원산지야, 그래서 오래전까지는 양딸기라고 불렀단다.’, ‘저번에 대나무 보러 갔었지? 그리고 땅속에서 올라오는 죽순을 본적이 있지? 어린 죽순은 이렇게 먹을수도 있단다.’, ‘장어는 뱀장어, 먹장어, 붕장어, 갯장어가 있는데 고창에서 먹는 이 장어는 뱀장어란다.’라고 설명을 하여 먹는다면 아이들도 좋아하고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먹을거리는 준비 되었으니 책을 배낭에 넣고 가족과 함께 맛을 따라 여행을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