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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슬픔
엄현주 지음 / 문이당 / 2025년 2월
평점 :

▪️온화하다 : 온순하고 부드럽다
슬픔에도 종류가 많기는 하지만, 도대체 어떤 슬픔을 온화한 슬픔이라고 표현하고 있을까라는 궁금함이 물음표로 가득한 책이었다.

평온한 날들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삶이 어찌 평온하기만 할까? 그래도 하루하루 무탈하게만 지나간다면 우리는 오늘은 행복했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슬픔이 없는 평온한 날들을 모두가 바라듯이 이곳에서도 그런 날을 바라는 이들이 있다. 중학교 2학년 채송화, 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 없는 송화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미혼모였던 엄마에게 송화는 뗄 수 없는 혹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에게 들었던 모진 말들이 가슴에 남아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에 비해 너무나 반듯하게 잘 커준 송화를 보면서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한의사로 오랜 기간 일을 했던 외할아버지의 대를 이어 한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공부를 하고 있지만, 송화가 바라는 꿈은 아닌 듯해 보였다.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송화는 극성 학부모들의 학원 집결지인 대치동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하는 엄마를 볼 때마다 미안함에? 송화는 공부라는 것을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여기에서 현재 우리나라 사교육의 실태를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학원가가 밀집해있는 곳이 강남 대치동이지 않은가~그만큼 대치동에 유명한 선생님들이 많기도 하지만 엄마들의 치맛바람으로 대치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부 좀 한다하는 집 아이들은 대치동으로 모여들고 있다. 집을 팔아서 대치동 빌라로 이사를 온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책 속에 녹아 있어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공감이 되는 이야기가 바로 기러기아빠!
자식들의 미래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과 아내는 해외로 유학을 보내고 매달 들어가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이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 송화네 샌드위치 가게 건물의 건물주이지만 전혀 건물주 같지 않은 외모의 약 아저씨!
가끔 마주치는 약국아저씨는 가족사진을 볼때만 미소를 장착하고 있는 듯하다.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가족을 걱정하는 아저씨는 어느날부터 그 미소마 사라지고 있었다. 송화는 그런 약아저씨를 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빠를 그려본 것일까? 신경 끄고 싶지만 자꾸 신경이 쓰이는 옆집 약국 아저씨.
딸아이랑 나이가 같아서 마주칠 때마다 약국 아저씨도 송화를 많이 챙겨주고 있다. 서로에게 내뱉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인해 삶의 위로를 받는듯 하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관심 없는 요즘 이웃의 따스한 정이 보여서 내심 흐뭇해졌다.


인생에서 삶은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 책 속에서도 송화의 학교생활, 그리고 엄마와 옆집 아저씨와의 일상 등 여러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소한 일상들의 행복 사이에 숨어있던 슬픔이라는 존재가 살포시 고개를 내미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으로 인해 송화의 온화한 슬픔이 드러난다. 지금 송화가 겪은 일은 우리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송화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사춘기를 겪는 중학생 딸을 둔 부모라면 한번 더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듯해서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를 권해드려 본다.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슬픔의 여러 종류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잠시나마 가져본 시간이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