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 ANGST
김인숙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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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 후기입니다]




동네에서 가장 크고 부유했던 산1번지 대저택, 그러나 지금은 '쓰레기 집'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할머니가 쓰레기 더미에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언제 부셔져도 당연하게 여기던 곳이었지만, 그런데 그 집에서 살아 있는 사람이 발견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첫 장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설정 덕분에 책장을 멈추기가 어려웠다. 


과거 '세상에 이런 일이'같은 프로그램을 즐겨 보며 종종 접했던 쓰레기 집의 풍경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김인숙 작가의 '자작나무 숲'속 할머니 역시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한때 동네에서 가장 부잣집으로 불리던 저택에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지금은 귀신의 집으로 불리가도 하니 말이다~ 책 제목과 표지의 자작나무 이미지에서부터 어딘가 감춰진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느꼈지만, 그것에 쓰레기 더미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자작나무 숲에서 할머니가 쓰레기를 모으게 된 이유는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다. 누구보다 깔끔했던 할머니는 자신보다 어린 남편에게 시집온 이후, 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폭력적인 일들을 겪으며 서서히 저장 강박으로 내몰린 듯 하다. 시간이 흐르며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과거의 상처와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이 쌓여가고, 쓰레기를 모으는 행위는 결국 스스로에게 내리는 처벌처럼 느껴진다. 할머니 역시 가해자가 아닌,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부모를 잃은 손녀 모유리는 재개발로 인한 유산 상속 문제 때문에 할머니 곁에 머무는 듯 보인다. 처음에는 돈 때문이라는 의심이 들지만, 사랑하지 않는 할머니를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모습에서는 또 다른 현실적인 이유와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이야기 후반으로 갈수록 모유리에게서 풍기는 미스터리한 분위기 역시 이 소설의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 책의 핵샘은 결국 '용서'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며느리로서 윗대의 만행을 떠안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것들을 주워 집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할머니의 모습은 그 상징처럼 보인다. 과거의 선택이 현재의 겨로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선택의 무게와 책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소설, 북다 출판사 김인숙 작가의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 숲 아래에 뭍힌 수많은 뼈들의 진실, 알면서도 쉬쉬했던 동네 사람들 ~ 이 미스터리는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더 고요한 여운이 오래 남는 이야기로, 계절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소설을 찾고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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