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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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이 그려낸 그의 가족史는 가난과 궁핍의 연속이다.   건설 노동자인 아버지와 생선 보따리상인 어머니의 수입으로는 그 많은 가족을 윤택하게 건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누나들은 고등 교육의 혜택을 많이 받지 못했고, 오빠와 남동생을 위해서 자신들을 희생한다.    그렇다고 가난에 찌들려 어느 한 순간에 인간이기를 포기한다든가, 굴욕적인 삶을 살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간다. 

 

    최규석은 자신의 형제자매와 부모를 심층 취재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편으로는 가슴이 짠한 이야기가 있고,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본인이 어렸을 때, 행상 나가는 어머니가 그를 맡길 때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빈 방에 가두고 문을 밖에서 잠그고 나가는 장면은 눈물을 짓게 만든다.      당시에는 그런 집이 적잖이 있었다.     그래서 화재로 목숨을 잃는 사건도 종종 일어났다.

 

   남아 선호 상상이 뚜렷하던 시대라 여자들은 아들들을 위하여 자신들의 학력을 포기하고 삼교대 공장으로 돈을 벌이를 나갔다.    이름 하여 공순이라고, 당시에는 놀림을 받았지만, 가족을 위하여, 저임금, 척박한 작업 환경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고귀한 처자들이다.    어쩌면 이런 궁핍함은 최규석의 가족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보편적인 삶이었다고 해도 크게 들리지 않는다.

 

 농촌을 포기하고 산업화로 국가 정책의 키를 돌렸을 때가 60,70년대다. 외국 자본이 들어오고, 먹고 살길이 막막한 사람들은 도시로 떠났다.    별 다른 대책 없이 농촌을 버린 사람들이 다시 도시의 변두리에서 빈민촌을 형성하고 극빈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    신경숙이나 김승옥, 황석영의 소설에서 아주 리얼하게 잘 그리고 있다.

 아무튼 최규석은 어떻게 보면 가정의 치부일 수도 있는 가족사를, 아주 솔직하게  그려가고 있다.    그렇다고 가난에 찌든 가슴아픈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슬며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일화도 많다.     아무리 힘들었던 시절이라고 과거는 아름답다고 하던가.     어렵지만 건강하면서도 절제된 그들의 삶을 잘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 명대사 명장면
아들 : 아버지 미술학원 가야 되겠심더.
아버지 : 가라
아들 : 학원비가 한 달에 20만원 정도 합니다.
아버지 : 그거는 내가 모리겄고, 갈라모 가라. (16p)


딸 : 엄마 내 선도부 됐다.
엄마 : 순두부? 아가언캉 무러논께네 그리 부르는갑지? (87p)

 

일제시대  - 아침마다 등굣길에 모여 조장의 지휘에따라 해 뜨는 쪽으로 허리를 숙여야 했다.
야! 마쓰아마! 니와 절안하노?
울 아버지가 절은 조상한테만 하는 기라 카더라.
너 그 아버지가 선생님보다 높나?
니가 선생님이가? 니가 무너데 내한테 시키노?
아들 : 천황한테 절하기가 그렇게 싫었어요? 

아버지 : 그런 거 아이다. 내가 공부도 더 잘하고 쌈도 더 잘하는데 선생님이 저새끼한테 조장 시킨께 썽이 나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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