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의 에로스 문화탐사 2 탐사와 산책 5
이병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작가 이병주는 나의 청년 시절에 많은 가르침을 준 작가다. 그의 작품 ≪지리산≫은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하여 어떠한 고초를 겪어야 하는가를 알게 해 주었다.   부족했던 자료들로 자유롭지 못했던 나는 그를 통해서 우리의 근현대사를 보았다. 그의 소설은 재미있으면서도 때로는 진지하게 우리 근현대사에 접근할 수 하였다.  특히 당시에  그의 작품 ≪산하≫를 읽다가, 3권 이후는 구하지 못하여 헌 책방을 전전했던 기억이 난다.  이병주의 전 작품이 다시 나왔고, 물론 ≪산하≫도 전권 출판 되었지만 시간을 내지 못하여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이병주 상당히 늦게 문학계에 등단하여,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낸 작가로 알려져 있다.  국제신문 논설위원을 지내다, 작가가로 입문하여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가 간 분이다.  결국 폐암으로 세상을 떴지만,  그의 해박한 지식과 박학다식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책에 나오는 요설과 같은 긴 이야기는 그의 넓은 사고와 동서양을 뛰어넘는 박식함을 짐작할 수 있다.      

  ≪에로스문화 탐사≫ 역시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성(性)에 접근한 것이다.  정말 이런 자료가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감탄할 뿐이다.  구체적이면서도 설득적이고, 상세한 묘사는 돋보이면서도 뒷받침 자료가 충분하다. 한 예로 ‘성문헌에 관해선 실로 궁할만큼 가난한 나라’인 우리나라의 성 풍경을 쓰기 위한 그의 노고를 들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인사동의 고서점을 헤매고 사계의 석학에게 문의한 바도 있었지만 ≪고금소총(古今笑叢)≫ ≪조선해어화사(朝鮮解語花史)≫ ≪소림집기(笑林集記)≫의 3권을 겨우 얻었을 뿐이다.”(46p)    


  중국의 4대 기서(奇書) 중 하나인 ≪금병매≫로 시작하는 동양의 에로스는, 종교와 성(性), 성에 대한 논문적 담론(談論) 등으로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한다.   단지 한문체 문체가 많이 보이고, 또한  어려운 어휘를 많이 사용하여 학생들이 읽기는 힘들겠지만,  노골적인 성애를 묘사한 그림이 지루할 만하면 나오니 이런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으리라 생각한다.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과 아울러, ‘음심을 품고 여자를 보기만 해도 간음은 한 것이니라’ 하는 예수의 탁선(託宣)이 있어도 기독교들은 열심히 간통을 했다. 에로티스즘의  문화가 가장 활발한 곳이 예외 없이 크리스천의 사회이고 프리 섹스를 구가하고 있는 스웨던, 덴마크,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그 도덕의 근본을 신약성서에 두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를 말세의 현상이라고만 보아넘길 수는 없다. 중세에 있어서 로마 교황들이 성적 향락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이다.”(108p)

 특히 인재를 등용하여 민중의 불만을 억제하는 등 낮의 정사(政事) 면에서 뛰어난 지략을 보였고, 밤의 정사(情事)에서도 힘 좋은 승(僧) 등을 취하여 육신의 쾌락에 몰두했던 측천무후(則天武后) 편은 흥미진진하다.  비록 분량 면에서는 짧지만, ‘쑤퉁’이나 ‘산샤’의 측천무후보다 구체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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