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지 않았듯이, 나는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책 읽기를 저어해 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그런 류의 책을 읽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열광적으로 읽었던 ≪88만원 세대≫도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단지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이런 저런 책을 읽다보면 ≪88만원 세대≫를 인용한 글이 많았고,  또한 이 책의 저자 우석훈은 요즈음 한나라당 의총에까지 가서 강의를 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경제학자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공무원 시험은, 초등 교사를 선발시험을 빼고는 경쟁률이 엄청나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합격하면 가문의 영광이요, 일단은 안정된 직장으로 결혼을 하는 등 만사형통이 된다. 1997년 금융 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공무원이 되는 것이 이렇게 어렵지 않았다.  경찰 공무원은 2대 1정도로 수월했고, 다른 곳도 이렇게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이 높을 정도로 인기가 있지 않았다. ≪88만원 세대≫에서 말하는 포디즘 시대라 더 좋은 일거리가 많아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허나 지금은 고시원에 파묻혀 재수, 삼수를 해도 어려우니 참으로 안타깝다.

  안정된 직장 잡기가 어려우니 자연적으로 젊은이들의 결혼 적령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마땅한 취직자리가 없어 밥벌이가 안 되니 어쩔 수 없다.  일본은 프리터라고 알바만 해도 먹고 산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것도 지난한 일이다.  청년들의 알바는 노동 착취에 불과하고, 임금 체불은 이이 사회 문제화 되어 있다.  ≪88만원 세대≫에서 제시한 도표를 보니 일본은 시간 당 우리나라의 3배, 노르웨이는 우리의 7배 정도의 알바 페이를 받고 있었다. 물론 그 나라의 물가를 감안해야 되지만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석훈은 ‘성욕이 살인적일 만큼 강할 때’ 젊은이들이 동거할 수 없음을 몇가지 사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유럽 같은데 18세가 넘어서 같이 사는 것을 ‘아기’라고 골리고, 문화 정서상 있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그들은 살집을 얻고, 살아가는 생활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나?  국가에서 일단 집 얻을 돈을 보조해주고 여러 가지 혜택을 준다고 한다.  또한 대학 등록금이 우리나라의 7‧8배 정도로 저렴하다고 한다.  그러면 그들 나라는 선진국이니까 라고 생각할 줄 모르나 그들은 국민 총소득 1만 달러 때부터, 살림집 전세금 지원 등 젊은이들에게 각종 지원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면 1만 달러의 두 배가 넘었는데도 우리나라는 왜 이런 지원을 하지 못하는가. 올 해도 내년의 예산안 중 복지비용을 증액했다라고 하는데 말이 많다. 야당은 구체적 항목을 들어 복지 예산을 삭감을 했다고 공격하는데, 대통령 이하 여당은 그냥 막연히 올 해보다 많이 증액했다고 주장한다.   부자감세와 대기업 특혜로 투자를 유도하여 일자리를 늘린다고 했는데,  대기업은 돈을 쌓아 놓고도 투자하지 않다가,  정부에서 위협하면 수치상으로만 뻥튀기하여 위기를 모면하는 고식지계의 술수를 부리고 있다. 금리 인하는 물가를 부추겨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오르고, 주가는 2000대를 넘어서고 있는데 서민들은 아우성이다.  이쯤에서 대통령이 시장에 나가서 어묵을 먹으며 뭔가 허리우드 액션을 취하고 서민을 위한다고 말로만 떠들 때가 되었는데. 


 세계화에 따른 경제위기 설명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외부의 적을 상정한 음모론적 설명이다. 일본 총독부가 식민지 조국을 수탈했듯이, IMF가 우리에게 이런 변화를 강제했다는 식이다.   IMF라는 국제기구를 통해 미국이 우리나라를 핍박했고, 그래서 IMF와 경제위기가 발생하였으며 그런 이유로 세상이 너무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종류의 설명들은 진실의 일면을 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두 번째 설명은 국제경제 시스템의 변화와 함께 세계경제 내에서의 한국경제의 역할이 변화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적응 혹은 부정응들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방식이다. 1990년대 중반 세계적 독과점화라고 부를 수 있는 실물경제의 세계화를 촉발시킨 힘은 세계적인 포디즘의 종말과 함께 도래한 포스트 포디즘 즉 탈 포드주의 시대의 도래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82p) 이중 어느 견해가 더 세계화를 부추겼는가.  


 “시장에서 생선 다듬어 팔아서 두 자식을 대학까지 보낸 시장 아주머니에 대한 애기들은 이제 과거의 ‘전설’이 되었다. 지금의 20대에게는 이런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운영되는 작은 가게에서 기술을 배워 나중에 독립했다는 애기들도 1970∼1980년대에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애기들이었다. 자영업 가게 시장과 대형 활인매장의 알바의 차이 그리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가게와 프랜차이징 빵집 사이의 차이가 10년을 차이로 20대들 앞에 커다란 강처럼 놓여 있는 셈이다. 아무도 20대를 세대 간 차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지만, 현재 펼쳐진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일종의 게임으로 이해한다면, 이 게임은 20대에게 불리한 측면이 많다.” (128p)


20대의 살아남기 위한 고전분투는 그들을 범죄 또는 신용 불량자로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무런 진입 장벽 없이 20대를 환영하고 무료로 강의도 시켜주고, 집잔 합숙도 시켜주는 경제조직은 불법 다단계밖에 없다. 왜 20대 불법 다단계  조직원들이 막장 인생인지도 설명할 수 있다.”(133p)


  급격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우리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더 문제가 된다고 한다.  지금 젊은 세대보다는 앞으로 10대가 더 어려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니 참으로 문제다. “지금 20대가  어렵다면, 같은 경향 속에서 지금의 10대는 더 어렵고, 더 강화된 승자 독식의 시스템에서 배출될 것이다. 이런 경향성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이고, 세대 독립의 지체 현상은 더 강화될 것이다. 아울러 삶을 우지하기 위한 비용은 더욱 높아지지만 직업의 안전성은 더욱 약해질 것이다.”(140p)


  저자는 지금처럼 표준화된 교육이나 대학을 가기 위한 암기식 공부는 선진국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무용지물이 된다고 한다. 내가 보아도 수긍이 간다.  5지 선택지에서  정답 고르는 것만 가르쳐서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지금 한국의 우파와 좌파가 공히 동의하는 한 가지 원칙은 10대들에게 ‘독서’, 그것도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를 기다리는 포드주의(포디즘) 해체의 전면화와 탈 포드주의 시대가 도래 하면서,  포드주의 체제에서의 표준화된 동부가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탈 포드주의 시대에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사회가 시켜주는 표준화된 공부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찾아가는 독서인 셈이다. 즉 지금의 기성세대가 10대에게 다양하고 수준 높은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말대로 젊은 세대에게 독서를 권유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대학이라는 급선무의 과제가 있는데, 어찌 한가하게  독서나 하고 있겠는가. 


   교육 입안자들이 더 많은 연구와 단호한 정책의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세대와 세대 간의 관용과 이해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88만원 세대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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