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4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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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4≫에서는 무엇보다 삽화가 많이 나온다.  거멍굴의 공배네 집에서, 짧기만 한 여름 밤에 모여서 죽어라 일만 하는 그들의 하는 이야기 많이 나온다.  흥부전과 사명대사에 대한 그들의 입담은 다 얼개를 알고 있음에도 다른 색깔로 들려온다. 타성박이가 모여서 정신적으로나마 위로를 삼으려는지, 서얼로 태어난 성공한 축에 든 유자광 이야기가 삽화로 상당부분 언급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까지 올라간 유자광, 그의 태몽과 에피소드는 재미있으면서도 우울해진다. 오죽 원한에 맺혀 쓰면, 유자광은 서모가 죽으면 머리를 풀 수 있다는 법령을 만들었는가.


 청암 부인은 죽어서 땅에 묻히는데, 손자인 강모와 강태는 중국 봉천으로 떠난다. 그리고 열차 안에서 따라붙은 오유끼를 만나고, 엎치락뒤치락하며 결국 강모 일행과 동행하게 된다. 

 ≪혼불4≫에서는 반상의 구별과 천비소생 등 신분에 대한 문제를 많이 언급했다. 매안 종가집 침모 우례의 과거사를 들어 노비의 자식으로서의 설음을 엮어낸다. 기표가 우례를 범하여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가 다시 그 집안의 노비가 되면서 재산이 되는, 암울한 봉건주의 시대의 악순환이 주를 이룬다.  “노비의 신분 세습에 관해서 조선 전기에는, 부모 양쪽 중에서 하나만 천인이어도 그 자손은 천인이 된다고 했다가, 한때는 종부법(從父法)이 시행되어 양인(良人)과 비(婢) 사이의 소생은 양인을 만들기도 했는데, 아버지의 신분을 따라 종의 자식 신분이 바뀌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양반층의 반발로, 얼마 안 가서 이 종부법은 폐지되었다. 그리고는 어미의 신분을 자식이 따른다는 종모법(從母法)이 시행되었다. (27p)” 그러면 성춘향은 성대감과 천기 월매 사이에서 났지만, 천비소생으로 취급받은 것을 보면 종모법을 따랐음이라.


 후반부에서는 춘복의 야망이 싹트기 시작한다. 결국 옹구네의 힌트에 의해서지만, 언감생심 그 당시에는 꿈도 못 꾸었을 양반가의 처자를 취하려 눈을 반짝인다. 신분 제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당시의 상황에서, 그 부분을 읽을 때 안타깝게 여겨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한 편으로는 짠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가슴을 억누른다. 우리의 강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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