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형제 3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올 한 해는 나 자신을 추스르기에 급급했던 고난의 시절 이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의식에 빠지게 하고,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분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잠시나마 그런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막걸리 통을 끼고 살았다. 술에 취해 잠들면 하루가 저물고 아침이 왔으며, 다시 술을 먹는 그런 날이 반복되었다.
원인은 반드시 결과를 초래 하는가 ? 며칠 전 건강 검진에서 위궤양 진단을 받고, 조직 검사를 했으며, 다음 달에 다시 내시경을 하기로 했다. 근래에 조직검사 2번, 내시경 3번을 하게 됐다. 너무 민감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자신을 너무 존중하지 않는가? 그래서 이무석의 ≪자존감≫도 읽어보고, 힘에 부쳐 쓰러져 잘 정도로 운동도 해 보았지만 근본적인 치유는 되지 않았다.
이제는 술도 먹지 못한지가 어언 14일이나 되었다. 최고 기록이 아닌가 한다. 약을 먹으면서도 아내 몰래 술을 먹는 무지한 짓을 한 것을 생각해 보면 그나마 금주 기간이 두 자리 수의 날짜가 되니 위안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새벽 2시에 책상 앞에 앉아있다.
술에 취해 생각 없이 살다보기 보다는, 발전적 생각으로 책읽기에 더 매진하자 결심하고 그런 시간을 꾸려가고 있다. 그래서 이런 불면의 밤에 그래 한 번 웃어 보자하고 집어들은 책이 위화의 ≪형제≫이다. 몇 년 전에 읽고 글도 썼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다시 한 번 읽어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개콘 보다도 몇 배 재미있었다.
어느 국내 작가도 이 책을 추천하고 있는 신문을 본 적이 있지만, 나는 ≪허삼관 매혈기≫을 읽고 난 다음부터 위화의 광팬이다. 눈물을 흐리면서도 웃음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위화. 그는 가히 중국의 가브리에 마르께스, 찰스 디킨스라고 부름직하다. 유머는 ≪나를 부르는 숲≫의 빌 브라이슨에 비교됨직하고, 내가 허접한 책을 읽고 있지나 않나 의심을 약간 할 정도로 보면, ≪행운아 53≫의 에프라임 키숀에 견줄만하다.
주인공 ‘광두’와 ‘강호’두 형제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해프닝은 때로는 배꼽 빠지게 하는 웃음을 선사하지만, 빈곤과 문화혁명 등 60년대의 배고팠던 시절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난의 행군을 하는 민중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언젠가 TV에서 본 중국 영화≪쿵후 허슬≫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조폭들의 싸움만 다르지 같은 포맷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이야기가 이야기를 물고 들어가면서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위화의 스토링 텔링은 우리를 사로잡는다. 음란하면서도 추하지 않고, 허술하면서도 진지한 그의 말발은 오르락내리락 리듬에 따른 탄력성을 가지고 있어 쉽게 읽히면서도 포복절도할 준비를 하고 대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