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3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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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청암 부인이 임종을 맞이하게 된다.    일월성신께 빌고 빌어 낳은 귀하고 귀한 강모는 만주로 떠나고, 청암 부인은 손자를 목메어 부르다 숨을 거두고 만다. 이 3권에서는 청암 부인을 추억하고 장례를 치르는 절차가 절반을 차지한다.    가느다란 실을 망자의 코 밑에 대어보고 사망이 확인되면 본격적인 장례에 임하게  된다.  상제는 바로 상복을 입지 않는데, 그것은 부모를 황망히 읽은 슬픔을  잠시 접어두고, 다른 사람이 죽은 것으로 간주하여 그 슬픔을 가늠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자식은 부모를 잃은 죄인이라, 머리를 산발하고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며 실성 발광하여 몸부림치는 것으로 그 자식의 효를 짐작할 수 가 있다고 한다.

초혼 행사는 망자와 인연이 있으며, 덕망이 있어 흠이 없는 사람이 망자의 평상복을 가지고 지붕 위에 올라가 떠나간 혼을 불러 오는 절차이다.     청암부인 보오옥! 하고 외치는 여인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듯이 쟁쟁하다.  아울러 김소월의 ‘초혼(招魂)’에 나오는 ‘내가 부르다 죽을 이름이여……’가 생각이 났다.     이 책의 제목인 ‘혼불’은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작가가 만든 조어(造語)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청암부인의 숨을 거두자 지붕 굴뚝 위로 떠나가는 푸른빛의 덩어리를 몇 명이 보게 된다.  그들은 그것이 청암부인의 혼백이라고 단정한다.   너무 절실하고 슬프면 그렇게 보이게 되는 것인가.  가슴이 먹먹해 온다.


 “제 목숨을 다 채우고 고종명(考終命)하여, 제 맹대로 살다가 평안히 가는 사람의 혼불은, 그처럼 미리 나가 들판 너머로 강 건너로 어디 더 먼 산 너머로 날아간다.    그렇게 날아서 다음에 태어날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아니면 저승으로 너훌너훌 날아가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104p)

 

그리고 인월댁의 침음(沈吟)을 통해 이렇게 청암부인의 넋을 위로한다.
“이 서러운 세상,  못 잊힐 게 무엇이라고 가던 발걸음을 돌리시겄소. 훨훨 벗어 버리고 …… 입은 옷도, 무거운 육신도 다아 벗어 버리고…… 부디 좋은 데로 가십시다. ”(105P)또한 무녀(巫女) 당골네의 낭랑한 입을 빌어 길닦음을 한다.
“ 망제님 극락 세계루 가시라구 시왕질로 가시라구
질을 닦어 가옵소사 질을 닦어 가옵소사
원퉁이 생각 서우니 생각 마옵시고 다아 잊어 버리고“(106P)

 

 

   여자가 죽으면 염을 하고 입관을 하는 것도 모두 부인네 들이 맡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성이고 조심스러움이라.  삼가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거행해야 한다.
   관혼상제(冠婚喪祭) 중 아직까지 그래도 변형이 덜 된 풍속이 ‘상(喪)’이라고 했는데,  ‘혼불’에 나오는 장례 절차는 까다롭고 현재에 시행하지 않는 절차가 많다.  상여 소리도 이 소설에서는 몇 면에 걸쳐서 소개하고 있다.    상여소리도 지방에 따라 다르고, 후렴구는 같은 지방이 없을 정도로 각각 다르다.    청암 부인의 출상 장면을 읽을 때는, 언젠가 본 화면이 연상되었다.  전라도 진도 장례 풍속으로, 많은 여인들이 흰 광복을 잡고 애절한 상여 노래를 부르며 상여를 메고 나가는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죽음이 라는 한 가족사에서 볼 때 엄청나고, 천붕(天崩)에 가까운 큰 대 사건이라, 당연히 경황이 없고 집안의 절대적인 행사가 된다.

“망인을 생시에 대하듯 정성을 다하여 꾸미고 치장한, 그 무엇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은 상여는, 운각(雲刻)의 구름을 타고 덩실하니 하늘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여를 운궁(雲宮)이라 하는가.     그러나, 돌아올 길 다시 없는  이 걸음에 이만한 호사가 무슨 위로가 되리오.  오히려, 어서가라,  재촉하는 것이 아니랴.
어어허어노 어어허어노
못 가아겄네 못 가아겄네
차마 서러소 내 못 가겄네에
가네 가네 나는 가네 멀고 먼 길 황천 길로
일락 서산 해 저문다 어서 가자 재촉하네“

    

그리고 이 3권에서도 몇 개의 삽화가 등장하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소설이 될 수 있다.     즉 ‘비오리라’는 주막집 처자가  ‘비월’이라는 술집 여자로 변신하는 과정은 ‘서편제’의 영화 처럼 한 폭의 슬픈 수채화다.  물론 그녀의 어미도 술청에서 술을 파는 과부지만 말이다. 
“월명사창(月明紗窓)에 슬피 우는 저 두견아
네가 울랴거는 창전(窓前)에  가 울지
세상을 잊고 사자는데
앞에 와 슬피 울어
남의 심사를 산란하레 하느냐아
아이고 대고오 어허어어
성화가아 났네에 흐으으응
그날로부터 비오리는 술청에 나앉았다. “ (2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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