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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필자가 독일 남편과 부엌 가구를 만들 때의 일이다. 가구의 칠 문제로 무지개 색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공계 박사인 남편이 무지개 색 7가지를 모른다는 말에, 지은이가 학교서 그런 것도 가르쳐주지 않느냐고 면박을 준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가볍게 웃으며 말한다. “적외선 자외선 파장 사이에 있는 색이 어찌 일곱 개뿐이겠냐. 거기 금을 그어 일곱 개라고 단정하고 이름을 붙이다니 말이 되냐”(203p)
그래도 저자는 미심쩍어서 중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물어보다 비웃음만 당하고 만다. 다 아는 명제이지만, 단편적 지식으로 시험보고, 아직까지는 암기적인 요소가 강한 교육, 결과만 중시하는 우리의 교육이 완전 패배하는 장면이다. 물론 필자는 교육이 아니라 한일 역사 청산의 문제 서두로 다른 논리를 펴는 과정에서 꺼낸 말이지만 말이다.
필자가 관찰하고 생각한 독일식 교육은, 자율성과 창조성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한 개인의 견해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독일의 교육 문제 접근방법에 있어서 무언가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받았다.
자율과 창조에 이어, 남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교육의 원천적인 힘이라고 강조한다. 즉 자신의 아들이 소속한 수학 반에서 실력 차이가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이더라고 서로 이끌고 협동해서 좋은 성적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책에서 한 국가가 세계적으로 성공하려면, 관용과 배려가 원천의 힘이 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즉 이민도 받아들이고 힘없고 가난한 자를 배려하는 자세에서 세계 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어떠한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라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현 정권의 집권 후반기를 넘어서면서 우리 교육계의 화두로 등장한 것이‘인성과 창조’이다. 즉 학생들의‘창의ㆍ인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책읽기를 중요시 한다고 한다. 비록 타율적이고 인위적이라 성공할지 의문이 가지만, 학생들 각자의 독서 이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기록하여 보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통신망에 업 로드하여 대학 측에 제공, 입시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이런 정서적이고 정의적인 교육은 대학입시라는 괴물에게 번번이 패해 온 사실을 우리는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 정권 들어서서 실시해 왔던 우리 교육과는 너무나 다르다. 우열 반 편성 안한다고 조자룡 헌 칼 쓰듯이 수시로 들이대는 우리 교육 당국과 서울대 합격생 수를 대서특필해서 경쟁을 부추기는 주요 언론들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서로 돕고 협동하는 리더십을 지향하는 학교보다는 남을 밟고 일어서게 하는 무한 경쟁을 가르치는 우리 현실. 지나친 경쟁보다 인권을 존중하고 서로 배려하며 같이 이끌고 상생하는 교육은 설자리가 없다. 만약 이런 교사와 이런 학교가 있다면, 하향평준화를 부추긴다고 비판받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빨갱이식 교육이라고 몰아붙이는 일부 학교장 및 교육 관료들이 분명히 등장하리라.
하기야 입시사정관 준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잘사는 집안의 외고생 20여명이 3천 만 원치 의료를 가지고가서 베트남에 가서, 고급 호텔에서 머물며 하는 봉사활동은 무어라 설명하여야 하는가. 이런 현실에서 독일처럼 자율성, 창조성 중시한다고 오픈 북 시험을 실시하면 아마도 소송문제로 발전할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어쩌면 세계 공통이며, 그것의 영향은 교육 시스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바치는 정성이 경쟁의식이 아니라 연대의식으로 모일 수 있다면 그들의 열성이 우리 교육의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다. 강한 나라를 만드는 건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다.“(247p)
필자가 자기 자식을 키우며 부닥치는 교육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참여도 돋보이는 책이지만, 그들의 인생관이나 가치관도 신선하다. 필자의 남편은 남을 관리하는 일보다 직접 창조하는 일이 적성에 맞고 보람도 있으며, 숭고하다고 여겨서 승진할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단다. 그리고 상사보다 학력도 높고 나이도 많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다. 필자도 가족과의 함께할 시간을 중요시하여 멀고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은 맡지 않는다.
즉 일할 시간을 더 투자하여 돈을 더 벌기보다, 차라리 가족과 함께할 여유를 더 갖고, 대신 무섭게 절약하는 쪽을 택한다. 돈 대신 자신의 시간을 더 중시하는 인생, 그러면서도 최저 생활비로 근심 없이 살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목욕 한 번하려면 많은 생각을 하고, 더구나 돈 절약도 철저하지만 환경과 타인에 대한 배려도 눈에 띤다. 환경과 타인을 위해 고등어도 금하는 가족, 그러나 남을 돕는 기부에는 적극적 자세로 임하는 가족. 시시콜콜 자식 교육문제 등 가볍고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이 책이 주는 느낌은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