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메마른 문체로 가차 없이 그려낸 두 소년의 기괴한 성장사를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다.     서로 생체기를 내서 피가 나면, 거기를 모래로 비빈 듯 살벌하기만하고 전율을 느끼게 하는 이 소설은 다시 읽어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아니 숨을 꽉꽉 막히게 하며,  소름이 끼치게 만든다.  간혹 블랙 코미디로 웃음을 짓게 만들지만 말이다.
“ 우리는 그녀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라고 부른다.
그녀는 우리를 ‘개자식들’이라고 부른다.“(8p)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되어있다.   아직 미성년인 루카스 형제는  스스로를 단련하고 자신들에게 닥친 내적ㆍ외적 부정적 요소에 대처해 나간다.  아주 철저하고 처절하게. 그리고 고통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자학에 가깝도록 자신들을 혹사한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단련시키기로 결심했다. 아파서 우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의 뺨을 갈기다가 다음에는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얼굴이 부어오른 것을 본 할머니가 물었다.“(18p)

 

"- 소리 지르지 말고 차라리 때려주세요, 할머니.
할머니가 우리를 때리면 우리는 말한다.
- 더요, 할머니! 보세요, 우리는 다른 쪽 뺨도 내놓겠어요,
성경에 나오는 말처럼, 다른 뺨도 때려주세요, 할머니.
할머니가 대답한다.
-성경이든 뺨이든 귀신을 왜 이 놈들을 안 잡아가는고!“(19p)

 

"엄마는 우리에게 말했다.
-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내 행복! 금쪽같은 내 새끼들!
우리는 이런 말들을 떠올릴 적마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런 말들은 잊어야 한다. 이제 아무도 이런 말을 해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은 우리가 간직하기에 너무 힘겨운 것이기 때문이다.“(24p)

“-장교님은 너희들 훈련 많이 한다 말한다. 다른 훈련들도, 그는 너희들 혁대로
때리는 거 봤다.
- 그건 신체단련 연습이었어요.
- 장교님 묻는다, 너희들 왜 그런 거 하는가?
- 고통에 익숙해지기 위해서요.“(105P)

 

   인정머리 없이 독하고 무식하며,  자신의 남편 독살 의심을 받고 있는 할머니.
 즉 마귀할멈의 이지미지를 가지고 있는 할머니는 은연중에 따스한 인간애를  발휘
할 줄도 안다.     “할머니가 이마에 피가 나도록 점령군들에게 맞는다.  아무것
도 아니다. 내가 사과 주워 모으고 있었지. 그런데 행렬이 지나가길레 구경을 하려
고 문 앞으로 갔어. 그 앞 치맛자락을 놓치는 바람에 사과가 쏟아져 거리로 굴러간
 거야. 행렬의 한복판으로 그렇다고 때릴 것까지는 업는 노릇이었는데.“ (135P)

 

 두 소년과 할머니가 살아가면서 겪는 삶은 비참하고 끔찍하다.   이 소설에서 전
쟁이라는 시대 상황과 맞물려 벌어지는 어이없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현재의 시
각으로는 기상천외 수 밖에 없다.     작자의 감정 없는 묘사는 읽는 독자를 치치
게  만들면서도 빠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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