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3부작이 마음속에 큰 울림으로 남아 있어, 다시 읽게 되었었다.  그녀의 문체의 특징은 매 마른 모래섬처럼 건조하고  팍팍하다. 과감한 생략과 처절함을 인정사정 볼 없이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내용 또한 피를 철철 흘리며 세상과 싸우는 전율의 연속이다. 여유 없는 삶을 위해서 처절하게 투쟁하는 등장인물들의 사투는 눈물겹다.

 

   <어제>의 역자 후기에 실린 내용은 이 작품에 대한 적절한 평가라고 본다. “ 이 작가가 왜 그렇게 프랑스 언론의 관심을 끄는 것일까? 헝가리 출신이며 스위스로 망명하여 불어로 글을 쓰는 여류작가라는 외형상의 특징과 더불어 소설의 주제와 문체의 특이성 때문이리라.  그녀는 전쟁으로 왜곡된 인생들, 망명자들의 가혹한 삶을 짧고 메마르고 가차 없는 문장으로 적나라하게 때로는 우화적으로 묘사한다.”


  이 작품은 국판 150쪽의 정말 짧은 소설이다.  주인공 토비아스 호르바츠는 창녀 거진인 에스테르와 마을 초등학교 선생이며 이미 가정을 가지고 있는 상도르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다. 그는 추운 부엌 바닥에서 자다가,  생부인 초등학교 교사와  벌거벗고 포개져  있던 엄마를 칼로 찌르고 국경을 넘어 도망친다.

 

   15년 만에 그의 이복동생 린을 구원의 여인처럼 기다린다. 그러면서 시계공장 노동자로, 시간이 있으면 글을 쓰며 그냥저냥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서 린을 만나고 그들의 비극은 시작된다. “어디선가 들었거나 아니면 읽은 얘긴인데, 고대 이집트에서 이상적인 결혼은 형제자매 사이의 결혼이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무론 린은 반쪽 동생이긴 하지만, 내게도 다른 여동생이 없지 않은가.”

 

   이집트에서 클레오파트라도 그의 동생과 결혼하여 둘이서 나라를 통치한 시기가 있었는데,  주인공이 이것을 끌어다 부쳐서 린과 결혼을 추구하는 것은 약간의 억지가 있어 보인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에는 수간을 비롯하여 동성애 등 끔찍하고 살벌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이 소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왜 린이 이복동생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꼭 그녀와 결혼하려 하는   것인가이다.  이미 린은 유부녀로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어린 시절에 그녀가 잘 대해준 추억이 있었다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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