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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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중에서 경기 부양책으로 부동산을 띄우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단지 노통 만이 종합 부동산세 등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너무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오히려 다른 때 보다 더 많이 오르는 결과를 불러왔다. 그도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지금까지 부동산은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을 받은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주지의 사실이다. 단 서울에 국한에서. 조ㆍ중ㆍ동 신문이  띄우고, 가진 자들이 호응하여 서로의 네트워크를 형성, 부동산 올리는데 혈안이 되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색다른 용어를 보게 되었다. 이른바 ‘돼지밥통정치’라는 말이다. “불필요한 공사의 인허가 권을 누가 가지고 있습니까? 그런 인허가 권을 가진 관료나 정치인이 퇴직하면 어떻게 됩니까? 건설회사 고문으로 가면 되겠죠. 이 같은 토건국가의  담합정치를 ‘돼지밥통정치’라고 해요.(158p)

 


지난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는, 서울에서 욕망의 정치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뉴타운 개발이니, 하는 돈의 유혹에 홀려서 투표하지 않았나 싶다.

“그들이 공표의 정치는 놓아버렸지만 욕망의 정치를 더욱 강화한 사회구조 속에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욕망을 향해 뛰고 있어요. 공포의 국가에서는 무서워서 뛰었습니다. 하지만 욕망의 정치 속에서는 거기에 세뇌되어 우리 스스로 쫓아가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어렵고 힘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165p)

 

이념의 성향은 각자의 여건과 사정에 따라 변한다.   인천 도심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극렬하게 저항했던 김문수가 친 대기업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경기 지사로 당당히 군림하는 것도 그렇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해묵은 민원을 말 한 마디에 해결하는 이재오가 대표적인 예이다.  극좌에서 우파로 돌아서서 더욱 극우로 살아가는 자들은 많이 보아 왔다.  그런데 우파에서 진보로 방향 전환한 자들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우파가 진보였던 시절 장준하-극우 파시스트 단체,   문익환 - 미국통역 장교,  계훈제 - 우익 반탁 진영의 행동대장,   리영희- 한국전쟁 당시 국군 통역장교,
우파 운동권 경력 없이 우파 이데올로그 노릇 하는 사람은 <조선일보> 김대중씨 뿐이다.“


“<조선일보> 류근일- 민청학련, 이재오 - 국어선행 남민전 사건, 김문수 - 전설적인 노동운동가. 송복- 통혁당 관련 잡지 편집장, 김진홍목사.”


어제 3.1절 기념사에서 대통령이 관용의 정치를 주장했다.  주요 언론이나 인사들이 모두 친일과 관계있으니 그런 말을 하고, 화합과 단결을 요구한 것이다. 나치에 협력한 자들은 지금도 브라질까지 쫓아가서 검거한다고 하는 다른 나라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우리는 36년 동안 일제의 지배를 받았죠. 프랑스는 4년이었어요. 4년 동안 나치의 지배를 받은 프랑스는 1,000명을 사형 시켰고, 한 세대가 넘게 36년을 재배당한 우리는 거의 처벌 못 했죠.(63p)”

 

한흥구의 한국 현대사의 장점은 아무래도 쉽게 씌어졌다는 점일 것이다.  이웃 사랑방에서 아저씨들이 이야기하듯, 유연한 문체로 듣기 편하게 구성하고 있다.
요란스럽게 외국 학자들을 끌어다 부치고, 비교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수준도 신문이나 월간지 정도 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정치 교재에 나왔던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으로 된 현대사만 배워온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알지도 못하며 무작정 외웠던 슬픈 기억이 새삼 생각이 들지 모른다.


한국이 고등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꽤 높습니다.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시럼을 보면 전 세계에서 2.3등을 할 정도로 높게 나와요.   그러나 학업에 대한 흥미 도를 따져보면 전쟁 중인 국가보다 약간 높은 정도? (300p)

 

“미국의 오바마는 한국식 기준으로 치면 이주노동자 아닙니까?  이주노동자 집안에, 케냐와 인도네시아를 왔다 갔다 하던 친구가 대통령이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과연 가능할까요? ”(303p)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 어느 기관장은 그의 학력을 문제 삼았다.  모름지기 대통령은 명문 대학을 나와야 된다고 거품을 물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대학의 경험도 정치하는데 중요하고, 일반 사람보다는 학력이 우수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아마 대부분 보수 어르신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노통이 고졸이라고 얼마나 설움을 받았나.  이런 면에서 미국은 아무리 인종 차별이 있다고 하더라고 기회의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한국에서 사교육 기관이 득세한 전통은 뿌리가 깊죠, 이건 뭐냐? 바로 한국의 보수 엘리트층이 교육제도를 이용해 자신들의 신분과 특권을 공고히 하는 전통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309p) 현재 판검사의 대부분이 특목고 출신이 점령하고 있단다.  어느 외고는 졸업생의 판검사 임용 사실을 자랑한다.  작년에 외고를 개혁하려 했을 때,  그 학교 교장이, 교과부 까불지 마라. 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즉 그들 학부형들은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요직에 졸업생들도 있으니 우리는 든든하다고 엄포를 놓았는데, 진짜로 흐지부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교육에 대한 문제는 일거에 그것을 없애다는 데는 문제가 있다. 보도에 의하면 대학교 졸업생이 현재 가장 취직을 많이 하는 곳이 학원가라고 한다.  또한 요즘 건물을 보면 1층 핸드폰 2층3층 교회 아니면 학원이라고 보면 된다.  이 사람들 다 어디로 가나?  지방의 고교에서는 자율학습을  밤늦게 꺼지 실시하고 있다.   그러고 서울 사람만큼 돈도 없어, 사교육 문제는 서울하고 지방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언제부터가, 우리 사회 지도층 등, 많은 문제의 야기 당사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서 책임을 전가하고 자기들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듯이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사교육의 문제를 모두 공교육에 떠넘기고 자기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태도는 어이가 없다.  분명히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도를 발표하고도, 나중에 문제가 되면 점잖게 자기는 관계없다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것은 참으로 코메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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