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 국어여행
강혜원 외 지음 / 사계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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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  우리 시사에서, 다다이즘이적인 경향의 시를 쓴 시인이다. 본명이 김혜겅으로 아주 특이한 형식의 시를 써서 논란을 일으켰다. “ 이상의 시<오감도>가 1934년 여름 <조선중앙일보>에 실리자 ‘미친놈의 잠꼬대가 아니냐?’ ‘무슨 개수작이냐?’고 여론의 비난에 대해 이상은 다음과 같이 반응하며 낙망했다.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 년씩 떨어져도 마음 놓고 지낼 작정이냐. 모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빠지게 놀고만 지내던 일도 좀 뉘우쳐보아야 (---) 시 만들 줄 안다고 잔뜩 굴러다니는 패들과는 물건이 다르다.“(145p)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이상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끊임없이 현실을 벗어나 날고자 했고, 전통으로부터 벗어나 미래로 달리고자 했으나 절망밖에 얻지 못했다. 그의 이러한 난해한 시들도 실상 그 자신의 절망을 기록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현대인은 절망한다. 절망은 기교를 낳고, 그 기교 때문에 또 절망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145p)

 

 

 

이상의 어려웠던 가정사를 통해서 그의 시를 바라본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는 천재였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시 형식은 그를 포용하기에는 그릇이 작았고 정형화되어 있었다.  그의 초현실적인  창작 욕구를 그 틀 안에다 다 집어넣을 수가 없었다.  이상의 수필 <권태>라는 작품도 있지만, 기존의 패러다임은 그를 허무하게 했으며 권태롭게 했다. 그래서 대중이 미친놈이라고 비웃으며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상은 띄어쓰기 없이 생각나는 대로 쓰는 자동기술법을 사용한다. 그의 이런  초현실주의 기법은 앙드레 브르통 및 제임스 조이스가 이미 실험한 바 있는 기법이다. 생각나는 대로 무작정 쓰는 이 기법의 시는 그렇기 때문에 난해할 수밖에 없다. 역시 이상의 시를 이해하려면 ‘심리 주의적 접근’을 전제로 해야 한다. 

 

 

 


시 제2호에 ‘나의아버지가되고나의곁애조을적에는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145P)라는 표현이 있다.
"경제능력을 상실한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종손으로서의 요구, (---) 압박감, 아버지에 대한 거부의 의식으로 부살해(父殺害)의 상징적 제의를 감행한 것이다.“ (148p)
내가 존경하는 대 소설가 장정일도 자기 아버지가 사망하자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왜 그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의 가정사는 알 수 없지만, 일시적인 부친에 대한 미움을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상에 대한 기대를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가 식민지 민중의 현실을 좀 더 애정을 가지고 껴안는 시인이었다면 그는 기교로 도피하지 않아도 되었으리라. 현실(전통과 역사가 살아 있는)을 사랑하는 마음속에서 절망은 극복되는 것이다.”(250p)  윤동주 같은 몇 안 되는 시인은 우리 민족 해방에 기여하지 못함을 시로서 부끄러워하고 끝없이 성찰하였다.   나머지 대다수는 한일합방 초기에는 불같은 정열로 일제에 항거하고 민중을 보듬는 시를 쓰다가, 해방이 너무 멀게 느껴졌는지 친일로 돌아섰다.  나의 생각에, ‘이상은 민중의 현실에 애정을 갖기에는’  우선 생존 기간이 짧았고, 또 그런 경향의 시를 쓰기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본다.  이 책에서 이상이 기교로 도피했다고 평가 절하했지만, 이상과 같은 시인도 필요했다고 말하고 싶다.  단조롭고 정형적인 시형식의 타파가 있어야만 발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     

 

 

 

“허생원에게는 장에서 장으로 가는 고통스러운 길이 이제는 그리운 고향이며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체념적 내면 풍경은 일제 말에 쓰여 진 박목월의 시 <나그네>에서도 볼 수 있다. 
(중략)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155p)

누군가는 박목월의 시가 사기라고 지적한다. 일제시대의 피폐화된 농촌에서 뭔 술   익는 냄새가 나느냐고 시비를 건다. 글쎄다.  이 시에서, 전체적으로 유유자적한 달관의 세계를 표현했다면, 시 전체의 흐름으로 파악해야 옳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정철의 <관동별곡>도 언급한다.  “ ‘하늘 끝을 끝내 보지 못하여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이니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 노한 고래 누가 놀라게 했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정철, 그는 왜 아이처럼 바다를 꾸지고 호령하지 못하며 두려워하고 있는가. “(107p)

이에 대한 이 책의 저자의 평가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당시 민중들의 생활이 도탄에 빠졌고, 양반지배 계급들이 이런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없었고, 당파 싸움에 빠져 있을 따름이었다.  정철이 망양정에서 본 바다는 바로 그 자신이 살고 있던 모순과 갈등이 가득 찬,  조선 중기의 사회현실이었을 것이다.(107p)

 

 

 

개인적 판단으로 송강 정철은 전형적인 출세주의자요 전형적인 관료 지향의 인물로 알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깊어서 병이 될 정도라, 자연에 은거했더니로 시작하는 관동별곡.  그런데 그의 그런 말은 신뢰감이 별로가지 않는다.  임금의 콜이 있자, 정신 못 차리고 득달같이 관찰사라는 관직에 대쉬한다.  산골자기에서  가마를 타고 술에 취해 신선 타령이나 하면서 부임한다.   빈 몸으로 가기고 힘든 산을 가마로 매고 가야하는 민중들의 아픔을 생각이나 해보았나.

 

 


듣기에는  최근 고교 국어 수업 방법이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여러 가지 첨단 자료가 동원되기도 하지만, 그 때는 장학 연구 할 경우에 해당되고 아직도 교재 위주의 수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현행 수능 구조에서는 이런 첨단 자료보다는 신속하게 문제집을 많이 풀어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샘도 있다.

 

 


이런 수업 환경이라면,  이 책을 여러 번 읽어 보는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문학에 대한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직접 시험하고는 연결이 되지는 않겠지만,  문학에 대한 폭넓은 접근으로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이 출판된 지 오래되어,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상당히 일반화 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참고서 수준에도 모자라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책은 우리가 교재에서 알 수 없는 폭 넓으면서도 심화된 내용이 환영 받을 것이다. 참고서로도 충분한 일반화된 내용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엿보기의 글을 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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