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강유원은 언더그라운드 학계에서 상당한 내공을 지닌 실력자로 알고 있다.   김규항 같이(개인적으로 동급으로 인정됨), 글 잘 쓰는 분으로, 겉멋이 아닌 진정성 있는 지성인으로,  내가 좋아하는 학자의 한 사람이다.  강유원의 책을 몇 권 읽었고, 이 책도 읽어 보았지만 리뷰를 쓰기는 처음이다.

 

 

 내가 알고 있기는, 그는 강사짜리 집어치우고,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회사원으로 먹고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떤 대의명분이 있더라고 굽힐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학문은 학문대로, 돈 벌이는 다른 쪽에서 하는 것이 낮다고 자주 말한다.

 

 

 

 그렇다고 개인적 생각으로는,  고래 심줄보다 질기다는 교수 사회의 연줄을 뚫지 못하고 주저앉은 그의 생활이 만족스럽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우리 대학 사회 던, 어디 건 실력과 능력 보다는 다른 여타의 문제를 중요하게 보는지 이제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왜 그 벽은 너무나 견고해서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별로 열심히 일하지도 않고,  조직을 위해 그리 큰 공헌도 없었던 자가 갑자기 관리자로 오는 한심한 경우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리려니 하고 만다.

 

 

   어제 방송에서는, 한 지방 국립대학 교수 공개 채용에서,  전공자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비전공자를 교수로 채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방어적 입장에서 반론을  하는 교수들은 막가파이다.   문제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자기들 입장에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지.  오늘도 개의치 않고 묵묵히 자기 파벌 심기에 열중인 교수들 짜증난다.

 

 


“간단히 말해서 학생 노릇 열심히 한 사람이 선생 노릇을 하고 선생 노릇을 열심히 한 사람이 교수가 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60p)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은 사회 현실에 체념한 듯하다.  “현대 사회에서 지식이 살아가는 모습은 다양하지 않다. 둘뿐이다. 체제 안으로 흡수-고용되어 살아가거나, 아니면 꿋꿋이 살아가거나 뿐이다. 후자를 선택하면 훨씬 개운하다. 단 후자를 선택했으면, 그것이 자의에서건 타의에서건,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우는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76p)

 

 

 

강유원의 공부에 대한 논리는 아주 설득력이 있다.  즉 녹음기로 하루 우리가 말하는 것을 녹음하여 틀어 보면 거기 사용된 어휘가 몇 개 안된다고 한다.  또한 나누는 대화 주제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글을 읽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일을 곁들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평생 배우는 지식은 많지 않을 것이라 한다. 꾹 참고 앉아 진득하게 글을 읽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머리로만 말고 몸으로 공부하라고 강조한다.  (18p)

 

 

 

이 책의 말미, ‘내가 공부하는 방법’(176p)에서 “교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 에 훌륭한 교수의 조건을 열거했는데 그중에서 눈이 띄는 덕목은 “자신은 늙은이면서도 일 학년 학생에게도 반말하지 않는 교수”이다.  구체적 설명으로 “아무리 어린 사람이어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배울 수 있다. 세상은 나이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과 인격으로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178p)  그렇다. 나이 먹은 것이 무슨 벼슬은 아니지 않은가?  모든 걸 몇 년 더 살았다는 나이로 밀어붙이고,  그럴수록 자신의 완고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고의 유연성이 없이 고집 피우고 중얼거리며 자기중심적 삶을 살기 쉽다.

 

 


저자는 철학을 가지고 공부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도대체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 것 같다.  그의 말을 따르면 일단, 철학 공부는 베끼는 데서 시작하라고 한다. 베끼기 없이 <내 철학>해봤자 남는 건 거만과 현란한 단어들뿐이라고 한다.  어설피 하면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하여 남들이 자기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한다.  하여튼 철학사를 50번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죽 읽으면 철학의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 된다. 그러면서 저자는 베끼기를 열심히 하는 건 기초를 다지는 일이이라고 강조한다. (185p)

 

 

"<내가 공부하는 방법>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기 학대>이다. 스스로를 괴롭히면서도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매저키스트가 된다면 남이 뭐라 하던 신경 쓰지 않고, 공부를 해서 명예를 얻지 않아도 슬프지 않으며, 공부가 돈이 되지 않는다 해도 서럽지 않다. 어쩌면 이런 상태가 바로, 옛 사람들이 말했다는 <위기지학 爲己之學>인지도 모르겠다.“ (194p)

 


비록 나의 책읽기가  직장의 승급이나, 경제적인 면에 영항을 미치지 못하지만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매저키스트가 되자.   저자의 말대로 변화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그것에 근거해서 독자적인 판단을 하도록 노력하라. 21세기적 인간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기키기 위해서”(130p)
남이 뭐라 하던 신경 쓰지 않고 나를 학대하자.

 

 


시중에 처세와 리더십에 관한 경영서가 많은데, 그것들은  세월이라고 하는 무서운 힘이 작용하면서, 얼마 못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영원한 고전, 즉 리더십에 관한 책을 쓰려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으라고 주장한다. “리더십에 관한 고전을 쓰고 싶은가. 그러면 고전을 읽으라. 진정한 리더십을 가지고 싶은가. 그러면 고전을 읽으라. 부박한 세상에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사회에서 믿은 건 고전뿐이다.”(167p)


강유원의 글은 읽기 쉽고 말하려는 쟁점이 명확하여 울림이 크다.   철학을 해서 그런지 쉬운 예로 시작해서 결론에 이르면  요지가 명확해 진다.   그의 다른 책을 다시 한 번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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