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고백’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등장인물 각자가 서로 고백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즉 등장  인물들이 일기를 쓰듯 자신 입장에서 사건에 대해 호소하는 수기체 독백 형식이다.

 

 

 

각 장(章)은 궁서체로 ‘성직자(聖職者), 순교자(殉敎者)’등으로 나누어져 있어 무슨 종교 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책을 일단 열어 보면,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마력을 지녔다. 화자가 각각 장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이야기의 맥이 끊어지지 않나 하는 염려는 노파심에 불구했다. 오히려 이렇게 챕터를 인물에 따라  구분해 놓아 등장인물이 더 살아있고, 호기심 흥미를 유발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이것은 흔히들 말하는 ‘옴니버스 스타일’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이 소설은 그냥 평범하게 시작된다. 모리구치라는 교사가 학교를 떠나면서, 봄방학을 앞둔 자기 학급의 아이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한다. 이런 저런 그동안에 있었던 일화와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한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작별 인사 말미에  가서 이 소설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폭탄선언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의 주요 인물인 나오키와 슈야라는 두 학생의 운명이 걸린 말이었다.  과연 그들은 무슨 짓을 저지FMS 것인가? 이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독자들이 이 두 사람을 용서하지 못할 나쁜 놈으로 증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점차 진도를 나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난마처럼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경제적으로 우리는 일본을 약 10여년 뒤에서 쫓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경제  뿐만이 아니다. 학교 문화도 똑 같다고 보면 되리라고 생각하고 싶다.  일본은 왕따의 종주국이다. 히키고모리의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나라이다. 모리구치 담임 반 아이들이 슈야라는 동료를 괴롭히는데, 자기들 말로는 처벌이라고 하지만, 아주 체계적이다. 괴롭히는 강도를 학생들 각자 앞으로 포인트화 하여 아군과 적군으로 구분하는 영악함을 들어낸다.

 

 

우리 사회에서도 히키고모리도 벌써 시작되고 있다. 부모들의 과보호도 약간은 문제가 있지만,  취업난 등 막막한 미래 때문에, 할 일라고는 겜 밖에 없어 점차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급속한 산업화와 물신주의는 이들을 더욱 고립시킬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카인과 아벨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오키와 슈야도 전혀 환경적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나오키는 자기의 꿈만 찾아가려는 부모의 무관심과 욕심이 자기중심적인 반 사회인으로 가게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슈야는 어머니의 턱없는 과보호와 성적 지상주의적 관심이 오히려 그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기야 이런 환경적인 요인이 전적으로 범죄인을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폭력과 살인을 하는 영화만 보았다고 꼭 그런 범죄를 행사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와 동일하다. 어떻게 수용하느냐의 문제이다.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전자공학 이야기뿐이었다. 엄마 꿈은 발명가였어” “와타나베, 다음에 우리 집에 꼭 놀러와, 1등하는 애?하고 우리 엄마가 기억하고 있더라고, 그러면서 꼭 데려오래.”(168P)

 

 

 

이 소설에서 전개되는 사건은 평범한 사람이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하다. 일본 소설 특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자극적이고 끔찍함이 그대로 들어나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렇게 막무가내로 찌르고 잘라서 죽이며, 피를 튀기는 엽기 추리 소설은 아니다.  이야기를 이끄는 힘이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렬하다.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내용은 무겁고 그 충격이  만만치 않다. 집중이 안 될 때. 또는 한없이 인생이 권태롭게 느껴질 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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