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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시티 - 딘 쿤츠 장편소설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8
딘 R. 쿤츠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초반부에서부터,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고, 또한 세 사내가 나누는 대화 내용이 심상찮게 보인다. 술집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불경스러우면서도,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중 한 명인 바텐더 빌리는 더없이 선량해 보이고, 열심히 자기의 삶을 개척하는 평균적인 남자로 비추어 진다. 그런 빌리가 술집을 나서면서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들게 된다. 즉 그의 자동차 윈도브러시에 발견된 쪽지는 그를 점점 연쇄 살인 사건 속으로 깊숙하게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왜 빌리가 이런 게임에 말려들어야 하고, 고통을 당해야 하며, 왜, 그는 경찰의 힘을 빌리지 않고 망설이나, 하고 의문을 가졌다. 왜, 그가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하는지 답답했다. 왜, 그는 그 종이 메모의 내용대로 행동해야 하고, 살인자가 저질러 놓은 시신을 치우는 등 그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위에서 언급한 의문은, 인과 관계가 확연하지 않고 개연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다. 범인과 빌리의 관계에 어떤 계기가 되는 동기가 있는지 분명치 않다. 혹시 내가 잘 못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은 나에게 맞지 않았던가, 아니면 내가 이해를 충분히 하지 않고 덤벙덤벙 읽었던 가, 양자 중 하나 일 것이다. 이 소설의 전개에서, 꿈직한 살인이 일어나고, 한편으로는 빌리의 약혼자였던 바바라에게 갖는 인간애는 잘 된 것으로 생각한다. 부모를 쏘아죽이는 등 인명을 경시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그와 대립적으로 소생 가망 없는 식물인간 바바라에 대한 빌리의 멈추지 않는 휴머니즘은 그래도 더욱 그것들을 선명하게 한다. 잔혹하게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추적하는 빌리는 집요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혼수상태의 약혼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데에서 그의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내부적 이야기는 세밀하고, 심리묘사 또한 압권인데, 큰 틀의 구성이 좀 물렁하다. 이 책의 제목이 ‘속도’라고 해서, 이어지는 사건에 시간이라는 옵션이 등장하는데 그것도 이해가 잘 안 갔고, 나는 속도감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점차 속도를 빨리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빌리에게 던져주고 마음이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몰아대고 있었다. ‘속도’라는 단어는 아직도 더 빠른 상황 전개가 앞으로 남아 있다는 걸 약속하는 것 같다.”(247p)
영화 제목은 잊어 버렸지만, 범인이 형사에게 문제를 내고 시간 안에 풀지 못하면 학교 등 공공장소를 폭발하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이 있다. 어떤 이유 없이 경찰과 이런 게임을 한다면 아무도 그 영화를 흥미 있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범인은 은행을 털기 위해서 경찰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속도라는 개념이 내용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내가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것은 후반부로 갈수록 그만큼 집중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기도 하다. 후반 해설에서 딘 쿤츠를 스티븐 킹과 동급의 작가고 취급했는데 나는 거기에 섣불리 동의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