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세계문학 46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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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전 시대의 산물인 첩보전이 건조한 문체로 실감나게 전개된다. 완벽한 문학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미와 함께 격조를 갖춘 작품이라 평할 수 있다. 더구나 이윤기와 더불어 번역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석희가 옮기어 더욱 신뢰감을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동독을 비롯한 공산주의 진영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물고 물리는 첩보전을 보면서 우리의 분단 현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즉 게르만 민족이 우수해서 그런지 그들은 엄연히 통일 국가를 이루고 있다. 아마도 세계에서 분단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무이(唯一無二)할 것이다. 비록 반군이 있는 나라는 있지만, 아직도 마음대로 통행도 못하고 철조망에 갇혀 있는 나라는 오직 우리 밖에 없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아무튼 피아가 서로를 의심하고, 그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첩보전의 냉혹함이   몸서리치게 만든다. 서로 상대편에게 정보를 팔아먹고, 우군의 정보통 우두머리가 다른 편의 첩자로 의심되고 있으니, 첩보전을 펴는 그들의 삶은 항상 불안하며 그래서  전전긍긍한다.  탄탄한 논리와 거침없는 이야기가 음침함의 포연 속에서 착오 없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거짓 전향, 위장 전향, 작전을 위해 그들은 사지로 들어가고 탄로가 나면 목숨을 내주어야 한다. 마침 인터넷 신문에, 이수근 사건의 무죄 판결하고 유족에게 67억 배상하라 판결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잊지도 않은 간첩을 잡아서 군사정권을 연장 시켜보려는 술책이 불과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연히 자행되었었다. 고문으로 없는 죄도 만들어내고, 아울러 멀쩡한 사람을 간첩을 몰아서, 안보 불안을 야기 시켜, 잘못된 정권의 선전용으로 쓰였다.

 

 

“언젠가 스탈린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요.  <50만 명이 숙청당하는 것은 통계지만, 한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는 것은 국가적인 비극이다.> 스탈린은 대중의 부르주아적 감수성을 비웃은 겁니다. 스탈린은 위대한 독설가였어요.  반혁명에 맞서서 자신을 지키는 운동이 몇 사람을 착취하거나 재거하기를 망설일 수는 없습니다. 결국 그래야 하는 것이죠. 당신네 기독교 성경에도 나와 있듯이, 많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온당한 조치라고 말입니다.”(143p)
자신의 목적과 이념을 위해서 수십만의 인명을 파리 목숨보다도 더 가볍게 여긴 인물을 인용하는 동독의 정보원, 그들이 저주스럽다.

 


리머스와 같은 엘리트 첩보원도 인간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삶을 그리워한다. 저녁 식사 후에 부인과 산책을 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그런 아주 평범한 일상이 그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것은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었다. 평범한 생활이 가치가 있다는 믿음, 빵 부스러기를 종이 봉지에 넣고 해변으로 걸어가 갈매기들에게 던져 주는 소박함. 하찮은 것에 대한 이 관심은 리머스가 이제껏 가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106p)


하드커버가 아닌 열린책들에서 나온 보급판으로 읽었지만, 첩보전 소설의 가히 백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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