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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력 -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왜 읽어야 하는가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선종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게을러지는 책읽기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 ‘책읽기를 위한 책’을 많이 있어왔었다. 이런 책들의 내용은 대체로 대동소이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책은 자신의 인생을 좌우 한다’ ‘천천히 읽어라’ ‘ 모든 책은 끝까지 다 읽을 필요가 없다’ ‘ 한 번에 열권 같이 읽기’ ‘재미있는 것을 읽어라’ ‘게으르게 읽기’ ‘흥미 위주의 독서는 인생을 낭비 한다’ 등 결론적으로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는 말로 귀착된다.
이 책의 제목이 ‘독서력’이라 처음에 의아해 했다. ‘책 읽는 힘’정도의 말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는데 그것이 약간은 다른 해석이었다. “독서력이란 무엇인가? 문학작품 100권과 교양서 50권(추리소설이나 흥미위주의 책 제외)을 읽었다면 독서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 ‘독서력’은 ‘독서 경험’이란 관점에서 설정한 기준이다.”(22p)
“독서력 측정 기준으로 왜 100권인가? 그것은 독서가‘기술’로서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경계선이 얼추 100권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 권 한 권 읽어나가면서 독서력은 달라진다. 유효 기간은 4년이다.”(42p)
즉 독서력을 책의 읽은 책의 권수를 계량화해서 표현했다. 객관성이 있는가. 언어 지능 등 개인차도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렇게 단정으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경지에 다다른 필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면 나중에 리포트에“책을 읽느냐 마느냐는 자유니까 강요하지 마십시오.”라고 적어내는 학생도 가끔 있다.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대학생이라면 100퍼센트 독서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16p)
"학문을 처음 시작하는 대학생은 신서본을(교양서) 읽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학생에게 신서본을 읽는 독서 습관이 사라지다니 그것만큼 부자연스런 일도 없다. 신서본을 손에 쥐느냐 마느냐가 독서력을 결정한다."(28p)
위의 필자의 말에 쉽게 동의 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요즈음 대학생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책을 읽지 않는다. 취업을 위해서 영어 책을 펴놓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어 여유도 없다. 여유가 있으면 컴 앞에 앉아 있다. 필자가 예로 든 <역사란 무엇인가>, <감정의 세계>등을 처음부터 과연 읽을 것인가.
전에 어느 유수의 대학 도서관의 가장 대출 회 수가 많은 책이 판타지 류 소설이란 통계가 나온 적이 있다. <묵향>이니 <가즈나이트> 등이 대학생이 많이 찾는 목록이었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 요즈음은 그나마 이런 환타지 소설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나는 전철 안에서도 전자 기기에 영화를 담아 와서 보고, 차라리 음악을 들을지라도 책은 읽지 않는다. 그것 아니라도 재미있고 흥미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인터넷 신문에 많이 본 기사로, 연예인 소식이 맨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연예인들의 말장난에 희희낙락 하며 앉아있는 학생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책은 읽어도 되고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읽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독서로 길러진 사고력이 뭔가를 생각할 때 큰 힘이 되고 있으며 대화를 나눌 때도 독서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20p)
“독서의 폭이 좁으면 한 가지 사실을 절대시하게 된다. 교양이 있다는 것은 폭넓은 독서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눈앞의 한 가지 신비에 마음을 빼앗겨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된 사람은 지성이나 교양이 있다고 할 수 없다.”(68p)
“사고가 정지해 있는 모습을 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딱딱하고 허약한 모습이다. 편협한 사고에서 탈피하여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부드러움, 이것이 독서로 가꿔지는 강인한 자아의 모습이다.”(69p)
“책은 책을 부른다. 한 권을 읽으면 다음에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 그것이 독서의 묘미다.”(101p)
공감이 가는 말이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불행할 경우는 근본적으로 마음씨도 좋지 못한데, 책 한 권 안 읽는 사람을 상사로 둔 경우이다. 시대의 변화와 사고의 다양성의 추세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답습을 지고지선이라 여기고 밀어붙이는 상사는 조직의 불행이요. 같이 근무하는 후배 직장인에게는 재앙이다. 이미 박제가 된 논리를 들이대고, 용도폐기가 되어 버린 개념에 집착한다. 사고의 유연성이 없으니, 자기의 머릿속에 들은 것이 무조건 옳다고 여겨 위험한 곡예를 거듭한다.
그런데 자기가 무식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후배들에게 배우려는 직장 상사도 있다. 깍듯이 후배를 대하며, 모른 것이 있으면 배우려는 상사가 그래도 낳다. 개뿔도 장 파악도 안 되면서, 총에 설맞은 멧돼지처럼 꽥꽥거리며 날뛰는 모습은 가관이다. 세력 있는 연줄 잡고, 고래 힘줄 보다고 강하다는 학연에 기대어 아무런 준비 없이 높은 지위에 오르니 모두가 불행이다. 초기에는 겸손한 척하고 직원들 의사도 잘 들어주는 것 같지만 제 버릇 개주랴. 이런 초발심도 오래 높은 지위에 있으면 본성이 들어나기 마련이다.
이런 인간들에게 책을 권하고 싶다. 아니 제발 책 좀 읽고 인성을 계발하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면 그렇게 무료하던 하루가 잘 갈 것이다. 지금은 누구도 거의 안보는 종이 신문이나 토씨하나 안 빼고 탐독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니 문제다. 상사라는 작자가 체신 머리 없이, 쥐새끼 마냥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물어다 전달하는 역할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할 수 밖에.
이 책에서 독서력을 계량화하여 놓았는데, 이것을 직장의 진급에도 적용했으면 한다. 요즈음 독서 경영이니 뭐니 하여 책값을 개인당 1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이런 취지를 살려 공기업 등에서 진급하려면 책 몇 권을 읽고 일정한 테스트에 통과해야 된다는 규정이 있었으면 한다. 그러면 직장도 유연성이 있고 실적도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