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다이 獨 GO DIE - 이기호 한 뼘 에세이
이기호 지음, 강지만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던 어느 여름 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당시의 간단한 메모를 통하여 이제 서야 이 리뷰를 쓰고 있다. 올 여름은 나에게 많은 정신적 어려움이 있었던 때였다. 그 고통을 극복하고자, 아니 어쩌면 잊기 위하여 이 책 저책 닥치는 대로 많이 읽어 썼다.

  제목이 특이해서 집어 들었던 책이 <독고다이>다. 검색해 보니, 독불장군을 뜻하는 말로 일본군 카미가제를 칭하는 특공대(特攻隊-とっこうたい/) 발음이 변한 것이라고 한다. 즉 톡꼬우타이가 독고다이가 된 것이다. 부연하자면 ‘카미가제’는 전투기 조종사가 혼자 가서 항공모함에 비행기 머리를 박은 데서  유래되었다.
요즘은 혼자 스스로 돌아다니는 싸움꾼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기호 한 뼘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한국일보에 연재 되었던 글이라고 한다. 부제에 걸맞게 아주 짧은 저자의 단상을 재미있으면서 유니크하게 실어 놓았다. 이런 식이다.
 
“ 시골 할머니를 뵈러 시골 갔는데, 안 계셔서 읍 약 파는 곳에 가서 ‘황간난’할머니 하니 10여명의 할머니가 일어섰다.” (할머니의 이름, 10쪽)
 
이름은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의 발로이다. 또한 사회적 존재로의 인식에 방편이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이 자기 이름 때문에 놀림감이 되고 상처를 밭는다.  아주 오래 전에 아들을 나면 학식 있는 자를 찾아가 돌림자로 잘 지었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미루고 미루다 어른들이 장날 볼일 볼 것 다보고, 거나하게 취해서 면사무소를 찾아갔다. 그러니 잘 될 리가 없다. 아무거나 대충, 자식들이 잘 죽으면, 붙든다고 해서 ‘붙둘이’, 기괴하게도 ‘귀순이’등 요지경 속이다. 자신의 간난신고를 표현하기 위해선지 ‘간난이' 도 많았다.

 부모가 그러니 면사무소 직원도 별 성의 없이 제 마음대로니 나의 장모님은 호적 연세가 더 높다. 또한 아무렇게나 작명하면 명이 길다고 해서, 연배인 형을 ’돼지, 돼지‘하고 불렀던 기억이 있다.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늦은 밤 해장국 집에서 맞는 파인애풀 장사를 통해서 팍팍한 삶을 전해주고 있다. “새벽이지만 모두 만만치 않은 삶들 살아가고 있었다.”(18쪽)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늙지 않음의 ‘동안’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비정규직인 아내의 퇴직에 대해 언급하여 언급한다.(31쪽) 저자 자신의 팍팍한 삶이 아내의 주름살로 얼룩진 얼굴의 묘사를 통해 슬프게 한다.  동안이라는 말이 사치에 불과할 정도로 먹기 살기에 찌든 우리의 서민의 팍팍한 삶이 가슴 먹먹하게 한다.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다.‘그냥 불이 들어온 줄 알았죠’의 ‘ 찜질방의 추억’은 배꼽을 잡게 만든다.

 또한 반전도 있다. 글쓴이는 아파트의 풍물 시장 엿장수의 북소리에 경기를 하는 아이를 보고, 항의 차 찾아간다. 그런데 예순이 넘어 보이는 아저씨가 치마와 야한 화장을 하고 노래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살아간다는 것은 위대한 것’이라고 중얼 거리며 발장단을 맞추고 서 있다. 그렇다 산다는 것은 구차하지만 위대한 것이고, 어쩌면 치사한 때도 있지만 거룩한 것이다.

이 책의 압권은 축구 시합에서 전반전 종료 후 이온 음료를 수분을 보충하는 대시 ‘카스’나 ‘참이슬’로 보강하는 21쪽의 ‘시인 축구팀’이다.  

촌철살인의 기지로 시대를 걱정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성찰을 기대하면서도 기분이 안 나쁘게 촉구한다. 그것도 자발적 미소를 짓게 만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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