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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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자로 뉴욕에 체류하면서 ‘문화’에 대해서 고찰한 책이다. 그가 주장하는 요지는 오늘날은 ‘문화의 힘’이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뉴욕이 결코 돈이 많아서 파리, 런던, 도쿄를 밀어 제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우선 문화가 경제를 살찌우고 다시 서로 호환해 가면서 뉴욕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역설한다. 컬쳐 비즈의 시대.
 
 개인도 재테크 타령 보다는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한다. 즉 미래에는 문화가 개인의 경제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문화의 자리는 돈이 모이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별로 공감이 가지는 않지만, 예술이 돈에 눈을 뜨면, 돈은 예술을 살찌운다는 제목 하에서는 뉴욕의 공연문화의 예를 든다.

  옛말에 ‘주식을 하면 하루아침에 망하고, 예술을 하면 천천히 집구석이 거덜 난다.’는 말이 있던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줄곧 ‘문화는 돈’이라는 논리에 의문이 들었다.   동일 뮤직컬을 20년 동안 공연해도 수지타산이 맞는 뉴욕과 우리를 단순 비교한다는 것도 좀 그렇다. 중․고교에서 음악ㆍ미술도 수업 시수가 점점 줄어 서울 미술 교사 모집에 3-4백대 일이란다. 예술대학 나오면 몇 명을 제외하고는 백수 되기 십상이다. 물론 문화는 예술을 포함한 더 큰 개념이기는 하지만.

 ‘창조적 경영’을 강조하면서 ‘코스트코’라는 할인점을 소개했다. 미국에서 월마트보다 사랑받는 곳이 ‘코스트코’라고 한다. 저자의 말을 빌면, 그것은 월마트와 달리 ‘문화적인 할인마트’로 통하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무슨 문화 공연이나 예술품 전시를 하는 곳은 아니다.  동네의 소규모 정도의 책을 진열해 놓은 것이 ‘장보기를 즐기러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우리 대형 할인점도 거의 모든 곳이 책을 진열해 놓았는데 그렇게 환영 받지 못하던데. 원체 책을 보기에는 여유가 없는 백성이라 그런가.

 개인적 생각으로는, 저자의 말대로 발전 단계에서 문화가 경제를 밀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우선 경제가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 배가 불러야 여타의 것도 보이는 여유를 갖는다. 한 예로, 내가 사는 집 주변에는 시립도선관이 있다. 개관한지 5-6년 되었다. 처음 이 도서관에 대해서 이용자들이 상당히 불편해 했다. 내가 봐도 GDP 3-4만 달러 수준의 도서관이었다. 시설은 당시에 비교적 최첨단 이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학생들과 미래의 부동산 중개인들이 학습할 자습 공간이 없었다. 도선관이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우선 취업자리 공부할 곳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뉴욕에서의 밤의 외출은 목숨을 담보해야 된다. 허구한 날 총질이나 하고 강간 및 마약 사범이 날뛰는 암흑의 도시다. 지금까지 내가 알아왔던 뉴욕에 대한 인상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삭막한 도시에서 문화의 뉴욕으로 알게 되었다. 꼭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보고 싶다. <나는 전설이다>, <투모로우>, <클로버필드>의 배경이 된 도시.(15쪽) 많이 들어 보았던‘맨히튼 샌트럴파크’ ‘티파니에서 아침을’‘오드리 햅번’‘링컨 광장’‘뉴욕 필 하머니’을 보고 싶고 경험해 보고 싶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간 글은 웹진2.0 시대의 글쓰기다. 즉‘컬처 비즈의 시대, 왜 글쓰기인가’의 글이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대중을 상대로 개인이 뭔가를 표현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했다. 어떤 절실한 자기만의 사연을 세상에 알리고 평가 받고 싶어도 지면 구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특별나지 않는 장삼이사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 당시의 제공되는 지면의 대표적인 매체가 신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사의 색깔에 맞추고 조작하기 위하여 필자들을 이용하기에 바빴다. 지금은 신문 사설 자체를 보는 사람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가기도 검증받지 못한 유명 필자라는 인간들이, 때로는 독자들을 맥없이 나무라고 자기 의도대로 오도하는 꼴을 누가 본단 말인가. 읽으면 재미있고 힘이 나는 글이 실려 있는 불로거가 넘쳐나는데 말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내게 합니다. 취재는 작가나 기자만 하는 게 아닙니다. 일기를 쓰는 게 아닌 이상, 글 쓰는 사람은 인터넷이든 보고서든 신문이든 책이든 뒤져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관심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생각과 이질적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오히려 독서보다 글쓰기를 하면서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이 진짜 자기 것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뭘 읽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뭘 썼는지는 기억하지 않습니까?“ (189쪽) 글을 쓰지 않으면 자기 분야에서 돋보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182쪽)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글쓰기’에 대한 글 때문이다. 대학 때도 마찬가지만 나는 이렇다한 글을 써 본적이 없다. 약간의 여유가 있으면 읽는 방면에 신경 쓰지 독후감 한 장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읽은 책을 도서관에서 다시 빌려온 적도 많았다. 앞으로 하루에 한 줄이라도 꼭 써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 컬처비즈 시대에 어떻게 써야 사람을 움직이나?(191쪽)  차범근 감독과 강호동의 예를 들면서,“정말 훌륭한 글이군요”하지 않고 “정말 훌륭한 생각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내용입니다”라고 만드는 글을 쓰라고 한다.(192쪽) 더 이상 언어적 유희가 통하지 않는 시대라고 한다. <해리포토>처럼 장대한 스토리텔링이 먹히는 시대다. 언어적 수사와 문장기술로 승부하지 말고 글 자체에 주의를 끌지 않으면서 사람을 움직이는 글을 쓰라고 한다.

 매우 설득력 있는 말이다. 요즘 저자의 말대로 요즘 감성어린 여류 작가의 수필을 읽지 않는 걸 봐도 꼭 맞는 말이다. 공부하는 셈치고, 나에게 최면을 걸기 위해서 본문을 많이 이용했다.

- 쓸 건 있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애기가‘하나마나한’ 애기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

-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두 개의 핵심적 문장이 없으면 하루 종일 한 자도 못 쓴다.

- 글을 많이 써본 사람과 자주 안 쓰는 사람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서너 가지를 다 말하려다 한 가지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다.

- 버림의 미학을 실천하라.  완성이란 아무것도 덧붙일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아무것도 더 떼어낼 것이 없을 때 오는 것.

- 글을 다 쓰고 났을 때 짚어봐야 할 것은 ‘뭐, 빠진 게 없나’가 아니라 ‘빼도 상관없는 단락이 없나’ 불필요한 것들을 골라내고 버리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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