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대한 별다른 정보 없이, 처음에 제목만 보고, 아일랜드라는 나라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책을 읽는 그 나라의 독서 모임에 관한 이야기로 알았다. 책에 대한 적지 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감자껍질을 먹어가면서도 독서를 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을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상은 많이 빗나갔다. 건지 섬에 사는 사람들과 30대의 작가 줄리엣이 서로 주고받는 서간체 형식을 빌려, 재미있고 슬픈 애환의 여러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어찌 보면 슬퍼야 할 이야긴데도 유쾌하고, 흔히 있을 것 같은 별로 특별하지 않는 일화인데도  그 울림이 크고 진한 감동을 준다.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 탄생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한 우연의 소산이다. 건지 섬을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었는데, 점령군 병사들의 식량이 될 수 있는 식품은 통제가 심했다. 몇 몇 마을 사람들이 돼지를 병으로 죽은 것으로 위장하여 비밀리 통돼지 구이 파티를 하게 된다. 파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점령군에게 검문을 당하게 된다. 그들에게 답변하는 과정에서 그럴듯한 핑계거리를 찾다가 갑자기 만들어 진 것이“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다. 점령군인 독일 병사들도 그 클럽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에 실제로 독서 모임을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된다. 비록 위기 모면용으로 급조된 독서 클럽이지만 이 소설의 주요 배경이 된다.

  이 소설이 편지의 형식이라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 묘사에 치중하고 스케일 면에서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큰 틀에서 줄리엣의 주변에 대한 이야기와 건지 섬 사람들이 전하는  그 섬의 현재와 과거가 또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다. 비록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형식을 취하지만, 이야기 전환이 빨라서 어느 소설보다도 넓고 다양함이 있다. 특히 우직하고 순수한 건지 섬 사람들의 삶에 대한 애환은 슬프면서도 싱싱하다.  

 이 섬의 리더는 독일군의 아이를 임신한 ‘엘리자베스’ 이다. 이런 그녀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 이타적 사랑을 베풀다 결국에는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하는 용기 있는 여자이다. 가축을 기르고 농사일을 하면서 독서 모임에 참가하는 마을 사람들은 순수하면서도 웃음이 나오게 한다. 물질적 풍요를 버리고 이 섬으로 들어와 도시와 결혼하는 줄리엣의 삶은 신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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