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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ㅣ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평점 :
미국을 소개하는 책이나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체험담을 담은 책을 몇 권 읽었지만 빌 브라이슨의 미국에 대한 접근은 색다르고 흥미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70,80년대에 숙박업소는 대중과는 거리가 있는 호텔을 빼놓고는 ‘여인숙’ ‘여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모텔이라는 말은 90년대 이후에 들어 쓰이지 않았는가 싶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1950년경이 되어서야 모텔이 일반적인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것에 비에 상당히 늦게 차용되었다고 본다. ‘모터’와 ‘호텔’이라는 단어가 작가의 말을 빌자면 “이러 저리 궁리하던 끝에” 모텔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빌 브라이슨이 호칭 문제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격식을 차리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하는 미국적인 방식이 내 인내심을 시험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나는 대체로 이런 대화 방식을 좋게 생각한다.(88p)"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영국과 미국의 차이가 존재하는가 보다. 그렇게 자유스러운 나라도 듣기에 거북하고 무례한 호칭 문제의 민감함이 존재하니 굳이 우리의 아주 까다로운 높임법에 대해서 굳이 외국인에게 곤란해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미국인이면서도 20년의 객지 생활로 미국인이 아닌 입장에서 오늘 날의 미국을 조명한다. 칼럼 형식이라 도막 난 글이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반면, 여러 미국의 여러 분야의 생활상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점도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미국 생활에서 부딪치는 낯 설은 문화에 주로 불편한 시각으로 언급되고 있다. 사소한 이발소 에서의 생긴 일부터 관료사회의 불편, 크리스마스 보내기의 차이, 자동차 전용 극장, 마약, 이민 등 생생한 오늘의 미국을 볼 수 있다.
단순히 미국의 생활 문화를 소개하는데 그쳤다면 나는 이 책을 흥미 있게 끝가지 잡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글재주가 이 책에서도 빛난다. 과장과 변형이 그 사실을 더욱 부각시키고, 반어와 풍자가 우리를 미소 띠게 만든다. 더욱 이야기를 잘 이끌어 가다가 갑자기 반전을 이루는 장면은 폭소를 자아나게 한다.
미국 사회보장국의 불편한 행정 서비스를 비판하는 칼럼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빌이 전화를 거니 “ 지금 통화량이 많아 상당사와 통화하실 수 없으니 짜증나는 음악을 들으시며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니 전화벨이 정확히 270번 울린 뒤 진짜 사람 목소리가 나왔다.”(87p)
『나를 부르는 숲』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고 미국에 가보지 못한 나에게 여러 정보를 습득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굳이 구체적 지적은 하지 않겠지만 이런 저런 번역상의 약간의 문제점이 보인다. 내가 잘 못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느 쪽에서는 반 갈호를 한 쪽은 빼놓아 눈에 거슬렸고, 빌이 공항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치약이 튜부에 남아 있을 수 도 있다”는 부분은 아무리 궁리해도 뜻이 통하지 않았다. 그것이 미국의 속담이나 격언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런 문제가 이 책을 선택하는 데는 크게 방해가 되지 않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