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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가미 일족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평점 :
표지에 한얀 가면이 그려져 있는 『이누가미 일족』은 이미 60여 년이 지난 책이다. 국내에 소개됐던 『옥문도』,『팔묘촌』,『악마의 공놀이』와 더불어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요코미조의 소개된 작품은 읽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누가미 일족』만큼이나 재미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작품이 60여 년 전 나왔다니 경이롭다. 출판계 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 수준이 우리 보다 경제와 더불어 훨씬 앞서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자주 그들에 대해서 감탄할 때가 있다. 일본은 한 번 밖에, 그것도 여행 삼아 가 본적 밖에 없고, 그 나라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대단하고 역량 있는 국가로 여겨지고 있다.
경제로는 10년이 우리가 일본에 뒤졌다고 하지만, 문화적인 면으로는 30여 년은 뒤졌다고 한다면 너무 자국에 대한 비하인가. 특히 책 출판에 대해 좁혀 본다면 이런 평가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세분해서 추리 소설 면에서만 보아도 우리는 변변찮은 작품 하나 없다. 김성종인가 하는 분이 쓴 몇 편정도로 알고 있다. 그것도 신문에 연재해서, 특성상 본격 추리인지 음란 소설 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운 애매한 성과물로 기억된다. 그래도 근래에 와서는, 우리의 장르 소설이 나는 제목만 알고 있는 정도지만, 많이 읽히는 수작이 있다는 것은 약간의 위로가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류를 제외하더라도 일본의 많은 책이 번역되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중국의 삼국지에 대한 평전만 하더라고 일본 사람들의 역작이 대부분이니, 그들의 독서 인구와 작가 층이 얼마나 두터운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름만 들어도 짜증나는 전모 여사가 ‘일본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들고 있는 것은 눈을 고정시킬 때가 마땅찮아서 그렇다.’는 르포를 본 적이 있다. 극히 소수를 일반화시킨 것으로 확신한다. 명사라는 인간이 이런 편견이나 가지고 있으니, 언제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런지.
요약하면 이 소설은 복잡하게 얽힌 가족사와 의외의 유언장으로 피를 부르는 내이 주를 이룬다. 어느 스릴러나 등장인물 몇 명은 죽으며, 그것도 얼마나 잔혹하게 죽느냐를 리얼하게 묘사하는 장면이 다반사로 다루어진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연쇄 살인 사건이 어떤 옵션에 의해서 시신을 처리하는가를 중요 내용으로 다루어진다. 즉 이누가미 가문의 부를 상징하는 요키(도끼), 고토(거문고), 키쿠(국화) 모양으로 살인이 이루어진다. 아니 시체를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냥 시신이 엎어져 있는 것보다 흥미는 있지만 약간은 작위적인 감이 들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탄탄한 줄거리와 빈틈없는 복선, 적재적소의 장치는 이 책을 단숨에 읽게 만든다. 또한 일본 특유의 자극적인 살인은 소름이 돋도록 독자를 긴장시킨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미궁의 연쇄 살인 사건이 계속되면서, 흐름을 따라 잡으려고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소설로 강력 추천할 수 있다.
허나 옥의 티라고 할까. 하얀 가면을 쓰고 전쟁에서 돌아온 첫 째 손자 ‘이누가미 스케키요’. 정체를 확신 할 수 없는 이 가면의 인물이 이 소설에서 미스터리의 정점에 놓여 있다. 그는 독자를 궁금증의 계곡으로 몰아넣는다. 미래의 독자를 위하여 밝히기는 좀 그렇지만, 가면 속의 인물을 확인하는 과정이 개연성과 필연성에 있어서 상투적이다. 이 부분에서 좀 더 세련된 처리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