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더 하우스 1
존 어빙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성석제는 ‘존 어빙’을 “들소처럼 튼튼한 몸, 활기찬 걸음으로 산을 넘고 들판과 강을 건너 먼먼 길을 가는 소설의 작가”로 소개하고 있다. 정확한 표현이다. 그의 스토리텔링은 가히 압권이다.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때로는 휘몰아치다가 감기우고 잠잠하다가 갑자기 폭풍우를 일으킨다. 그의『가아프가 본 세상』을 읽고 주저 없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 『사이더 하우스』에서도 등장인물인‘호머 웰즈’가 고아들에게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읽어 주는 장면이 나오지만, 작가 프로필에서 존 어빙을 ‘현대의 찰스 디킨스’라고 명명하는 소개를 한다. 공감이 가는 평가이다. 특히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자연스러운 독자의 미소를 유도하는 그의 문체도 주목할 수 있지만, 그가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휴머니즘은 이 책을 덮을 때 까지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소설은 19세기 버려진 벌목 촌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전쟁이 끝나면 전쟁고아가 생기듯이, 베어낼 나무가 남아나지 않아 황폐한 마을로 변한 세인트 클라우스는 벌목공들의 흔적인 고아들만 남아나게 된다. 주인공으로 이곳에 부임한 청년 의사 닥터 라치는 ‘버려진 생명을 돕는 것’에 이어 그 당시에 불법이었던 ‘낙태 수술’로 자신의 ‘룰’을 실현한다.

  이곳에서 자라서 역시 고아로 성장한 ‘호머 웰즈’는 네 번이나 입양 시도를 했지만 실패하고 ‘닥터 라치’의 후계자로  자리 잡는 듯하다가 낙태의 대한 이견으로 그와 서로 대립하게 된다. 존 어빙의 소설이 그렇듯이. ‘호머 웰즈의 입양 실패기’만 하더라도 단편 소설 한 편의 분량과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약간은 황당할 정도로 다양한 군상들이 그를 입양하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하게 되고, 그와 같은  고아들의 입양 과정이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작가의 기발한 상황 설정과 유머 있는 풍부한 상상력은 우리를 사로잡는다.

 이 책 표지는 녹색 들판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탐스럽게 잘 익은 붉은 사과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위에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은 평화스럽기까지 하다. 이 책 제목과 연관하여 사과농장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미리 짐작해 볼 수도 있다. 반은 맞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규칙과 삶’에 대한 소설로 요약되는 이 소설은, 세인트 클라우즈에 탁터 라치의 규칙, 즉 그들만의 삶의 규칙이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오션 뷰 농장에는 일반적인 삶의 규칙이 존재한다. 1권에서는, 말미에 ‘호머 웰즈’가 낙태 문제로 라치와 대립하고 이 농장으로 떠나서 생활하는 것으로 끝난다. 아직 2권을 안 읽어보아서 자신이 없지만 이 책에서 지배하는 규칙이라는 명제는 건조한 법에 가까운 개념이 아니라 ‘어떤 삶의 현장과 배경’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무튼 우리의 뚝심 있는 작가 존 어빙은 오늘도 소설이라는 집을 짓기 위하여 섬세한 대패질과 정확한 톱질을 계속 해 댈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신뢰하고 사랑하는 우리 독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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