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도 때로는 힘이 된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중 - 타인의 증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상권에서는, 아버지를 지뢰 탐지기 대신 이용하여, 쌍둥이 형제 중 하나인 클라우스가 다른 나라의 국경을 넘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중, 하 권은 ‘타인의 증거’와 ‘50 년간 의 고독’이라는 제목으로 연결 된다.

 상권에서의 인상이 강렬하고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어, 상당한 선입감을 가지고 이 책들을 대했다. 두 형제의 처절하면서도 연민을 가지게 하는 삶, 무겁고 어두운 문체, 막막하기만 하여 도대체 희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절망의 상태로 빠져들게 했던 시대 상황 등이 기억에 남는다. 단조롭고도 건조한 문체로 그려낸 그로테스크한 장면은 끔찍하기만 하였다. 동성애, 수간, 아무 감정 없는 죽음, 욕설, 등 일상의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빠르게 일어나고 과거 속에 묻히는 전개에 거부와 호기심이 공존하였다. 아울러 일그러진 마음에 폭풍처럼 일어나는 웃음이 민망하게 하였다.

 우선 중, 하권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을 찾느라고 헤매게 된다.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애매모호하고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일관성 없는 흐름은 내가 읽은 전편을 소홀히 했나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계속되는 연작이 아니라, 상당 기간 여기저기 잡지에 각각 발표한 것을 묶어 놓은 것으로 짐작해 본다.

 세 편의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뒤에 읽은 두 편이 전편(상) 만 못하다는 결론이다. 전개의 조직력이나 내용의 묘사 면에서도 떨어지고 중언부언한 감이 있어 보인다.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녹아이었든지 아니면 순전히 소설적 형식을 취했든지 고통도, 슬픔도, 희망도, 유머스럽게 표현하려는 의도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그 집중력 면에서는 작품의 뒤로 갈수록 이완되었다고 평가된다.
 
   만약 누구든지 이 책을 읽을 계획이 있다면, 줄거리 연결은 개의치 말고, 의식의 흐름이라 생각하고 큰 얼개만 따라가면 무난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