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검색을 해 보니 ‘ 언 매큐언’  또 다른 작품『암스테르담』이 부커 상을 받았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이 작품이 낯설지 않아서 목록을 찾아보니 작년에 읽은 책이었다. 그런데 작가가 ‘ 안 맥완’으로 독후감에 되어 있던데, 아마도 이언 매큐언의 또 다른 이름이가 보다. 그 때의 독후감에서 그의 『암스테르담』을 ‘군더더기 없는 수려한 문체’에 ‘묘사가 뛰어나다.’고 쓴 것을 찾아보았다.

  『속죄』역시 어느새 읽었는지 모르게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때로는 천천히, 어느 곳에서는,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빠른 전개는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육백 여 페이지 분량의 두툼한 두께가 주는 정신적 포만감과 함께 마치 등장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면도칼 심리 묘사를 감탄하면서 읽어 치웠다.

 나의 실수로, 아니면 의도적 계획에서 타인에게 죄를 졌다면 어떻게 속죄할까. 그것이 상대방에게는 치명적이라,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렸다면 어찌해야 되나. 세월이 흘러, 자기의 잘못을 인식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면 어떤 식으로 보상해야 되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무심코 남에게 상처 주는 언행을 한 것은 아닌가. 인간은 말의 한계로, 살기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미명아래 타인에게 이런저런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냥 안면몰수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또 하나의 업을 쌓는 것이 아닌가.

한 소녀의 오해가 불러일으킨 어이없는 사건은 사랑하는 두 연인을 절망의 구렁으로 몰아넣는다. ‘브리오니’의 행위는 어떻게 보면 철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다르게 보면 조숙해서 오버한 것으로 생각된다. 아니면 소설가를 꿈꾸고 연극을 좋아하는 어린 아이로서의 잘못된 통찰력의 탓일까.

아무튼 아무리 전도유망한 의대생이라도, 가정부의 아들이라는 신분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한 어린 소녀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로비 터너’. 그리고 영국 상류층의 아가씨로 급할 것 없이 그냥 살아가다 로비 터너와 비극적인 사랑을 확인하는 세실리아.  이 두 연인은 불행한 사랑을 이어가는 장면이 눈물겹다.

이 작품은 모두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브리오니가 자신의 언니세실리아가 로비로부터 조롱과 모욕당한 것으로 오해해서 복수하는 장면이 나오는 1부는 여러 등장인물의 시각에서 묘사하여 전개 된다. 로비 터너가 억울하지만 죄 값을 치르는 이야기인 2부, 마지막으로 브리오니가 수련 간호사가 되어 자신을 혹사시키는 것으로 속죄하는 3부로 구성된다고 보면 된다.

 사는 것이 마냥 되는 것 없이 허무할 때,  어제가 그제 같은 반복되는 일상이 계속되어 삶의 의미를 상실한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또한 딱딱하지 않고 흥미 있는 책을 찾는 이는 이 책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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