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남미 소설에 어떤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읽어 보지는 않았다. 몇 권 안 되는 나의 알량한 책읽기를 통해서 어렴풋이나마 그 곳을 엿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남미하면 우선 드는 선입감이 낭만과 슬픔, 힘이 넘치는 사랑과 정열이 존재하는 곳으로, 비교적 양호한 자연 속에서 낙천적 삶을 사는, 거칠지만 평화스러움이 공존하는 곳으로 다가온다.

‘정글’과 ‘연애소설’은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노인’이라는 말은 더욱 더 거리감을 느낄 수가 있다. 인생을 달관한 것 같은 행동을 보이는 치과 의사가 주기적으로 두 권씩 가져다주는 소설을 읽는 늙은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노’.

가난한 두 남녀로 만나서 사랑을 하다가 아이가 없는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들은아마존 밀림으로 들어간다. 말라리아로 아내가 죽자, 그는 인디오 부족들과 교감을 나누고 그들에 동화되어 대자연 속에서 살아간다. 그곳에서 지낸지 얼마 안 되어 그는 밀림의 전문가가 되어서 동물의 습성 및 정글의 특성을 꿰뚫게 된다. 

지구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 밀림은 개발과 폭력의 논리에 점점 황폐화되어 간다. 언제나 그렇듯이 양키의 경제논리에 휘 들려, 원주민들은 점점 더 깊은 밀림으로 들어가야 되는 비극이 재연된다. 무분별한 사냥과 벌목으로 인간은 자연의 적으로 군림하며 상처 입는다.

 아마존 부근 엘 이딜리오 부근에 머물며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은 어쩌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읽는 것인 줄 모른다. 사랑은 사람을 순화시키고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변화시킨다. 연애 소설을 읽는 심정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그 곳에서 자기의 삶의 정체성을 찾으려 한 것이리라. 즉 그것은 자연과 공존하고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며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자들에게 한없는 연민을 보내려는 행위일 것이다.

이 소설의 압권은 백인을 헤친 살쾡이와의 대결이다. 무분별한 사냥으로, 백인 스스로 자처한 불법 행위는 인간과 살쾡이가 쫓기고 쫓기는 대접전을 하게 만든다. 여기서 살쾡이는 인간에 의해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순수한 자연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즉 이 싸움은 인간과 자연의 부조화에서 오는 불협화음일 것이다. 

늙은 노인과 살쾡이와의 대결에서 <백경>의 모빅 딕과 외다리 선장과는 사뭇 다른 결과를 낳는다. 마지막 노인의 행위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다. 결국에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연애 소설을 읽는 마음으로, 대립과 폭력 앞에 사랑이 명약임을 내세웠다고 보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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