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재미와 다시 생각해 보는 사형제도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ㅣ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았다는 소설, 『13계단』은 일단은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미야베 미유키와 용호상박이라고 할 정도로, 독자로 하여금 어떤 시사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도록 만든다. 즉 이 소설은 범인을 추리하고 검증해가는 내용이 아니라, 이미 살인자로 몰려, 생이 며칠 남지 않은 사형수의 누명을 벗겨 주는 것이다.

과도한 배경 설정이나 오버하는 내용도 없이, 무난한 문체와 긴밀성과 밀도 있는 구성으로 상당히 흡입력이 높은 소설이다. 그러나 끝부분의 대 반전은 약간은 무리수를 둔 것으로 생각된다. 그 반전이 되기까지 부수적인 내용이 충분히 설득력이나 필연성을 같지 않았다고 본다.

사형수 업무를 맡고 나서 자기혐오와 갈등에 빠져 결국 사표를 던진 교도관 ‘난고’와 젊은 혈기와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가석방으로 풀려난 ‘준이치’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다. 난고와 준이치는 교도관과 죄수의 관계에서 사형수 료를 구하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간수와 죄수 사이는 대개 예술 작품에서 견원지간으로 설정되는데, 여기서는 어떤 믿음과 신뢰로 대하는 캐릭터로 전개된다.

이 소설에서 사카키바라 료의 기억을 더듬어 확인해 가면서, 그의 사형을 막기 위해 진범을 알아가는 과정이 한 축이고 또 하나는 과연 사형제도는 필요한가라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아직 사형제도가 존재하지만 김영삼 시대를 끝으로 실질적으로 사형 집행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현재 사형제도 존폐 문제는 찬반양론으로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다.


아무튼 한 부부가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 일어난 근처에서 사고를 당한 료는 살인범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 받는다. 사형 집행 일자는 하루하루 압박해 오고, 사형수들의 심리 변화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실감나게 그려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언뜻 떠오른 것이 책과 영화로 본 스티븐 킹의 『그린 마일』이다. 전기의자에 앉혀서 저승으로 직행하는 사형 장면과 죄수들의 공포심이 많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난고에 의해서 제기되는 교도행정의 난맥상과 사형제도 존재에 대한 우려는 우리에게도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 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또 다른 살인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읽는 재미와 이런 문제를 깊게 생각하게 하는 이 소설은 다른 추리물과 달리 다시 읽어도 좋을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