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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6
토마스 만 저자, 홍성광 역자 / 민음사 / 2001년 11월
평점 :
많은 이들이 “책 읽기의 종착역은 고전이다.”라고 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출판한 지 20년이 되지 않은 책은 읽지 않았다고 했는데, 본인의 책도 거기에 포함되는지 모르겠지만, 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인 것으로 이해된다. 역시 수년에 걸쳐 검증받고 살아남은 책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본다. 비록 시대적 배경과 환경이 현재와 동떨어져,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는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그 당시의 문화와 삶의 정신은 고스란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1』은 민음사 판을 읽었다. 민음사하면 개인적으로 신뢰감이 가고 독서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출판사로 알고 있다. 이 출판사 사장의 책에 대한 철학도 확고한 것으로 알려져 같은 책이면 민음사 것을 선호한다.
토마스 만이 25세에 발표하여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니 과연 천재적 작가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아무튼 이 작품은 장르상 가족사 소설로 보인다. 염상섭의 『삼대』와 같은 부류로 보면 될 것이다.
19세기 중반(1835)의 요한 부덴브로크 가의 4대에 걸친 가족사를 흥미 있게 서술했다. 흔히 고전은 지루함을 주고 끝없는 독백이 질리게 만든다는 선입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래서 꼭 읽어야 하는 것은 아는데 가장 안 읽는 작품이 고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약간 중언부언 한 부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체로 재미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잠깐이다.
특히 이 책 1권에서는 부덴브로크 가 3대에 해당하는 토마스와 크리스찬 그리고 토니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성실하고 시민의식이 강하며 예술적인 재주를 가진 장남 토마스, 경거망동형의 크리스찬에게서 자유스러움과 현실과의 괴리 등도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흥미를 주는 것은 토니가 아닌가 한다. 허영심이 많고 필요 이상으로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그녀는 거듭되는 결혼의 실패로 점점 이상한 쪽으로 강해지고 배타적인 성격으로 변해간다.
토니는 처음에 그륀리히과 결혼을 하지만 실패한다. 토니의 남편되는 작자는 교언영색으로 토니 부모를 속이고 그녀의 허영심에 불을 지펴 결혼을 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토니가 결혼 지참금이나 챙기려는 그륀리히의 실체를 알았기 때문에 이혼한다. 이 전에 그녀는 이 사기꾼이 아닌 수로 안내인의 아들 의과대학생 모르테를 진정으로 사랑했었다. 혁명적인 생각으로 구제도 타파를 역설하는 진보적인 인생관의 모르테, 그러나 그녀의 허영심과 그들의 신분의 차이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 번째 결혼도 비슷한 이유로 실패하고 친정으로 돌아와 머무는 것으로 1권은 끝난다. 이 당시에는 여자가 결혼 지참금이 없으면 아무리 가문이 좋더라도 결혼을 못하는 독특한 제도가 존재한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경우도 있었나 보다.
또 특이하게 이 작품에는 우리의 족보와는 다르지만 가족에 중요한 일이 있으면 반드시 기록하는 가족사 기록장이 언급된다. “이 결혼은 1850년에 다시 법적으로 취소되었다.”(308쪽) 그리고 그 당시 의사 처방전이 우리를 웃게 만든다. 항상 박사라는 자가 조자룡 헌 칼 쓰듯이 자주 내리는 처방이“엄격한 섭생, 비둘기 고기 약간, 프랑스 빵 약간”(482쪽)이다. 만병은 먹는 것에서 오니, 식이요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인가.
520쪽에 해당하는 많은 내용으로 1권을 읽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여하고, 현대 소설과 같이 가벼운 재미를 느끼기에는 부족하지만, 은근하며 진지하고 섬세한 심리묘사와 또한 등장인물의 정열적이기까지 한 스토리텔링에 2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