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강준만과 소통하다

인간 사색 -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06년 9월

인간과 인간의 소통은 여러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기제들을  강준만 특유의 문체와 방법으로 다루었다. 이 책은 사랑, 욕망, 청춘, 진실 등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 접근했다. 그리고 방대한 인용 자료로 너무 주관적 평가에 기울지 않게 하면서 저자의 날카로운 코멘트를 덧 붙였다.

강준만의 글을 한동안 읽다가  수년의 휴식기를 가지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인물과 사상』이라는 월간지가 지금도 발행되는지 모르겠지만, 강준만의 글에 매료되었을 때, 매월 기다려지는 책이었다. 거기서 진중권을 만나고, 홍세화의 똘레랑스를 배웠다. 고종석 등 참신하고 실력 있는 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나에게 이런 혜택을 준  이 책의 발행자가 강준만이었다. 그는 엄청난 분량의 책과 독설을 쏟아냈다. 매일 자전거로 연구실로 직행하여 글을 쓰고 자료를 모으는데 시간을 보낸다고 하니 그의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글이 식상하기 시작했다. 그의 논리에 무릎을 치다가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경박했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글을 쓰는 그의 글을 많이 자주 읽다보니 그 내용이 그 내용 같고 참신함을 잃어 갔다. 그리고 많은 인용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남의 글을 조각조각 모아다가 편집해 놓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고, 글의 흐름에 부합되는 잘 정리된 인용     자료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여 탄탄한 논리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아주 오래 전에 고교 국어 교재에 실린 민태원의 ‘청춘예찬’은 ‘거대한 음모’라는 부분은 놀라운 지적이었다.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논제도 그이 펜을 걸치면 탄탄한 논리로 둔갑하여 동의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런데 마지막 ‘배신’의 장에서 호남을 버린 것으로 평가되는 노무현의 정치 행적을 비난하는데 전력투구한 것은 읽으면서도 좀 의아해 했다. 학연과 지연, 혈연의 어느 것 무서워할 것 없이 거침없이 들이대는 강준만이, 호남 대학에서 근무하니 호남의 정서를 반영한 것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아무튼 이 장에서는 박정희의 배신을 제외한 전 글이 노무현에 대한 내용이다. 또한 여러 인용 자료를 이용하다 보니 객관성 확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자신의 관점이 부족했고, 글 흐름 전체가 거칠고 산만한 아쉬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