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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ㅣ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1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테드 창의 여덟 펴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넓게 봐서는 공상과학 소설 정도로 평가된다. 이 글의 정보를 검색해 보니, 아주 엄청난 소설로 소개되어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보다 깊이 있고, 움베르코 에코보다 재미있는 테드 창의 놀라운 이야기” “서사의 방향성을 읽고 전반적인 침체기의 한국 작가들에게 문학적 자극, 촉매 역할, 전범이 될 것” “전 세계 문학성 석권”등 찬사에 찬사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냥 무작정 아무 정보 없이 읽었던 나로서는 이런 평이 좀 불편했다. 현실에 너무 충실했던 나의 사고가 이 책을 소화하기에는 무리였지 않나 싶다. 다시 한 번 읽고 이런 찬사의 소개 글에 공감해 보고 싶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테드 창이 엄청나게 머리가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수리와 언어 지능이 모두 높을 것이라는 짐작을 했다. 그의 막힌데 없는 과학과 수학적 상상력과 힘차게 뻗어나가는 문체, 빈틈없는 구성력 등이 이런 결론을 쉽게 내리게 만들었다.
<0으로 나누면>은 수학을 좋아하거나 관계되는 사람이 읽었으면, 자기가 배운 지식이 쓸모가 없어지면 어쩌나 가슴조리고 전전긍긍 했을 것이다. 1=2란 사실을 어느 수학자가 증명했다면 수학은 물론 과학적 체계도 굉장한 혼동이 왔을 것이다. 테드 창은 이와 같이 아무도 소재로 삼지 않은 독특한 영역을 다루기를 좋아했다.
표제작 보다는 <이해>가 나한테는 이 책의 백미였다. 이 작품이 낱말 하나하나가 톱니바퀴가 돌아가듯이 아주 빈틈없이 상세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과정과 과정이 아주 잘 맞아 들어가고 글 전체가 스피디 까지 하여 전율에 휩싸이게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시험을 친다거나 어느 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때 내가 천재였으면 하고 상상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가 지능이 아주 높아 천재가 된다면 이런 고생을 안 하고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것인데 라고 말이다. 신약 개발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천재가 되어 여러 정보기관에 쫓기는 주인공 레온의 이야기. 마치 첩보 영화를 보듯이 천재와 천재의 대결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약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 책에 실린 모든 중, 단편이 장편으로 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책 앞 소개에 이 작가가 과작(寡作)의 작가라고 하는데, 장편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