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온다 리쿠가 다독가라고 하는데 『삼월』은 책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사무쳐 표현된 소설이라 생각 된다. 그 이유로 “이 세상에는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 라는 표현 등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이 자주 나오는 것을 들 수 있다.  “ 아버지는 교직을 택했지만 원래 아버지의 집은 큰 농가였던 모양이다. 마당에 광이 여러 개 있어서 아버지는 그곳을 서로로 사용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독서를 좋아하던 다카코는 중학생이 되었을 때 아버지에게 서고의 열쇠를 받았다. 독서삼매에 빠져 있던 행복한 나날. 광 창문을 통해 들어오던 부드러운 빛에 의지해서 ‘폭풍의 언덕’‘비숍 살인사건’을 읽던 소녀 시절은  지금까지 달콤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책을 읽다가 지쳐 잠이 들면, (중략) 그때처럼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책을 읽는 근사한 경험은 이제는 두 번 다시 할 수 없으리라.”(134쪽)

또한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사람에게 나타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아버지는 두 사람에게 책읽기를 권하고, 글쓰기를 권했어. 책을 읽게 되면서 두 사람은 겨우 거리를 두고 상대방을 볼 수 있게 되었지. 두 사람은 조금씩, 조금씩, 바닥을 기어가듯이 변해 갔고, 이윽고 아버지의 문장을 본보기로 삼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198쪽)

『삼월』은 4장으로 된 연작 소설이다. 또한 같은 제목의 책이 속에 또 하나 있는 액자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장에서 추리 소설 읽기를 좋아하는 가메시마 고이치가 자기가 다니는 회장의 저택으로 2박 3일간 초대 받는다. 여기에 초대된 손님은 이 집 어딘가에 숨겨진 수수께끼의 책을 찾아내는 내기를 하게 된다. 과연 고이치는 200부 한정판에 대리인을 통해서 절반을 거두어들인 《삼월》을 찾아낼 수 있을까. 
 
제 2장은 《삼월》의 작가를 찾아가는 여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목적지에 도달한 출판사 편집에 관여하는 두 여자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는  『삼월』 중에서 가장 추리 소설다운 내용이 전개 된다.시노다 미사오와 하야시 쇼코는 서로 이복 자매로 뛰어난 미모에 성적도 양호한 편이었다. 이렇게 서로 절친한 두 소녀가 어느 지방 도시 공원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누가 죽였을까? 서로 그렇게 성향도 비슷하고 절친하게 지냈던 자매는 왜 갑자기 원수지간이 되었을까? 그들이 아버지의 흔적을 좇다가 목격한 그 무엇이 서로 간에  살인도 불사할 만큼 증오하는 사이로 만들었단 말인가.

네 번째 이야기는 “이야기는 이야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요약 될 수 있다.

본격적인 추리 기법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이 소설은 진지하게 읽을 수 있다. 약간의 호러나 스릴러도 느낄 수도 있고, 작가가 어떻게 소설을 쓰는가라는 방법론적인 기법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연작과 액자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전개하다 보니 내용이 산만하게 보일 수 있고, 일관성면에서 재미를 감소시키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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