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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1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위화의 신간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허삼관 매혈기> 가 생각났다. 아마 이 작품을 울고, 웃으면서 흥미 있게 읽었던 강한 인상 때문일 것이다.
위화는 소설을 쓴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소설 속에서 인물과 함께 거주하면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웃기는 웃음은 작위적이지 않다. 역시 슬픔도 자연스럽게 저 감성의 밑바닥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것이다.
일단은 형제는 초반부터 재미있다. 이광두의 희대의 변소 추문이 ‘그 아비에 그 자식’으로 연결되어 시작부터 웃게 만든다. 생뚱맞은 소린지는 모르지만 위화의 작품에는 ‘똥’과 관련된 일화가 많이 나온다. 그의 표현대로 ‘똥통’위에서 죽는 사람도 나오고, 논밭에 거름 주는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도 이광두의 아버지가 여자 엉덩이 훔쳐보다 똥통에 빠져죽는 장면이 있지 않은가.
‘05년에 중국 장가계의 공중화장실에 가보니 칸막이가 없는 것을 본적이 있다. 중국 사람들은 배설의 문화가 아주 자연스러워서 변소에 앉아서 서로 이야기도 하고 한다고 들었다. ’식의주‘의 나라 중국에서는 역시 배설도 하나의 자연스러운 일화로 애기꺼리가 되는 것이다.
이 작품 <형제>는 문체에 있어 우리 고전 판소리와 유사한 점이 있다. 동일한 의미의 단어를 열거함으로써 리듬이 있고, 또한 뜻을 심화시키고 더욱 흥미 있게 하는 것이다. “ 야간 경기장에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털웃음, 은은한 웃음, 날카로운 웃음, 가는 웃음, 음탕한 웃음, 간사한 웃음, 멍청한 웃음, 억지웃음, 질퍽한 웃음, 헛웃음 별별 웃음소리가 다 있었다.”(69쪽)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아주 자주, 빈번하게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작가의 능청스러움에 웃게 되고, 그의 해학에 뒤집어지게 된다. 미소를 짓다가 결코 폭소로 끝나고, 기대감에 다시 책을 집어 드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상쾌, 유쾌, 통쾌 한 소설이다. 위화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의 능수능란한 언변은 은빛 하늘에 솔개가 활공하듯이 거침이 없다. 마치 랩을 부르는 것처럼 리듬을 타고, 때로는 울다가 웃으며 빠져드는 것이다.
똥통에서 자기 남편의 시신을 꺼내준 송범평(직업 교사)의 공이 너무 고마워 그와 재혼한, 싸가지 없는 이광두의 모친 이란은 비로소 늦게나마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이란의 득병으로 상해 병원으로 떠나고, 문화혁명이 다가온다. 미친 광풍처럼 밀려온 혁명은 송평범의 그나마 행복을 쓸어간다.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위트와 위엄을 잃지 않는 송평범은 문화혁명을 온 몸으로 극복해 나간다. 그러면서 문화대혁명을 풍자하다. 흔히 문화혁명 때 ‘지주’라고 목에 걸고 탄압받았던 것을 아이들에게 ‘땅위의 모주석’이라고 가르쳐줘 모택동을 희화화 한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중국의 발전을 10년 후퇴시켰다고 한다. ‘마오쪄뚱’ '덩샤오핑‘ ’조반유리‘ ’하방‘ ’4인방‘ 등을 떠올리게 하는 혹독했던 문화혁명은 역설적으로 많은 문학작품을 탄생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이 소설에서도 송평범이 모주석 모독죄로 투옥되고, 아이들만의 눈물겨운 생존이 시작된다. 결국에는 송평범이 이란을 마중하러 상해로 가다가 완장들한테 몽둥이로 맞아 죽는다. 송평범의 반항은 모주석에게 대한 비판이며, 시체로 수레에 실려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문화혁명의 실패를 예견한다.
매섭게 몰아 부치었던 광풍의 문화혁명은 지나가고 있고 이 글의 주인공인, 나쁜 놈 이광두도 나이를 먹어간다. 이란은 송범평과의 달콤한 사랑을 반추하고 또한 병들어 갔다. 그래도 아들인 이광두를 남겨두고 죽게 되었을 때 걱정이 앞서고 세상이 야속하기만 하다. 서서히 수단꾼으로 변해가는 이광두는 모친이 의붓아비 산소를 찾아가는데 마지막 효도를 하고 영원한 작별을 준비한다.
처절하고 살벌했던 문화혁명의 시기를 잘 조명하고 있다. 별 이유 없이 죽이고 비판하며 보냈던 그 시기의 인민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잘 드러나 있다. 잘못된 제도가 인민을 거리로 내몰았고, 실체 없는 개인의 우상이 인민을 배 골게 만들었다.
2권에서는 과연 '새끼 엉덩이‘ ’엉덩이 대왕‘ 이광두가 어떻게 울고 웃기게 만들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