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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스토리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미야베 미유키의 매력에 끌려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이 네이버에 들어가 보니 애니메이션 및 게임으로 변환되어 많은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소위 추리소설 형식에 모험 판타지 성격을 띤 소설. 거기에 작가의 ‘미다스의 손’과 같은 문체로 윤색해서 독자를 몰입으로 이끄는 미야베 미유키의 역작으로 보인다.
‘용기 있는 이야기’를 제목으로 복잡한 가정환경을 환상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주인공 초딩 5학년 와타루. 그는 자신의 꿈과 평화의 안식처인 가정이 붕괴의 위험에 처하게 되자 어린 몸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친구 가 짱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집을 나간 아버지와 만나게 된다. 어른의 세계를 잘 모르는 와타루의 눈물겨운 아버지에 대한 호소가 무산되고 만다. 이 작가의 소설의 특징은 ‘모방범’에서도 그렇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의 반사회적 성향을 가정 붕괴에서 오는 것으로 본다. 이혼으로 인한 한 부모 가정 등 가정불화 속에서 성장한 인물들이 사건의 범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이 소설이 ‘어떻게 될까’하는 의문을 계속 가지게 하는 구성 면에서도 흥미가 있지만, 특히 나는 이 작가의 문체에 주목하고 싶다. 어린 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별 것 아닌 것도 전개 내용에 훼손 없이 맛있게 그려낸다.
“다이마쓰 가오리는 예쁜 여자아이였다.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가리켜 ‘예쁘다’고 평할 때 ‘예쁘다’말 저 밑바닥에는 정말 자랑스럽고 기뻐서 견딜 수 없다는 의미가 숨어 있을 것이다. ‘아이, 나 그 정도는 아닌데.’라고 부끄러워할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예뻤다’.”(본문 45)
와타루가 가오리를 만나면서 그녀가 예쁘다는 생각을 하는 과정의 묘사다. 그냥 ‘매우 예뻤다.’의 표현을 이렇게 실감나게 표현했다. ‘얼굴이 예쁘다.’를 말할 때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묘사로 본다.
공사가 중단된 학교 근처의 건물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아니 보았다는 소동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모방범’에서도 부동산 붕괴로 짓다만 건물들이 살인의 장소로 등장하지만, 이 곳은 와타루 같은 11세의 아이들이 두려움과 호기심을 가질만한 장소다. 성장하는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초자연적 현상을 불러오고 거기에 편승에서 이상한 일이 증폭된다. 정체불명의 목소리, 그 장소에서 만난 건물주의 정상적이지 않은 그의 딸,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가는 와타루의 내면에 폭풍처럼 밀려오는 환상 등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복선이 된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던 와타루에게 닥친 부모 이혼이라는 현실적 운명. 이 운명을 되돌려보려 그는 환상의 고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와타루는 ‘비전’즉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 부모의 이혼을 되돌리고 망가진 가정을 복원 할 것인가? 몇 번이고 운명의 문에서 제어당한 경험이 있는 와타루는 무사히 성공할 것인가? 10년에 한 번 열린다는 ‘요어문’을 통과해 자신의 존재의 불안을 극복하고 현실 사회와의 불화를 헤쳐나 갈 수 있겠는가? 이 것은 2권 등 다음 권을 읽어야 실마리가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아시카와의 입을 빌어 와타루가 직면 할 다음의 세계가 쉽지 않음을 암시한다.
“비전은 현실세계에 사는 인간의 상상력 에너지가 만들어낸 장소야. 그래서 언제나 그곳에 있지. 하지만 현실세계와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요어문’이 열리는 것은 10년에 한 번뿐이야. 뿐만 아니라, 우선 ‘비전’으로 가는 통로에 적합한 장소가 있어야 하고, 그리고 그 부근에 목숨을 걸고 온갖 고난을 만나더라도 운명을 바꾸고 싶어 하는, 잃었던 것을 다시 되돌려 놓고 싶다고 강하게 염원하는 인간이 없다면 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본문 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