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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추리작가협회 수상’ 등 많은 상을 받은 이 작품은 제목부터가 추리라는 말과 영 어울리지
않고, 상 많이 받은 영화가 나를 실망시킨 경험이 있는 터라 읽기를 망설였다. 책 표지를 보면서
이 작품이 추리 소설이라면,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이나 로맨틱한 내용에 약간의 미스터리를 가미한 내용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것은 이 책 제목이 연애소설이라도 무난하고, 몽롱한 여자의 눈빛에 약간 입이 벌어진 입술을 부각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도입 부분에서 남녀의 질펀한 섹스신이 그려져 있어 착가하기 십상이다.
이 작품은 범인을 가려내는 추리 기법에 유머러스한 문체로 살을 붙이고, 일본의 사회문제를 터치하면서 반전으로 읽는 사람을 멍하게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관되게 어떤 사건의 미로를 하나 하나 복선을 깔고 헤쳐 나가는 일반적인 추리 소설과는 다르다. 주인공이 탐정 수업을 하던 시기의 야쿠자 동료의 죽음을 밝히고, 사기성 판매에 얽힌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정도이다. 자신의 컴퓨터 수강생 안도씨의 딸을 찾는 과정은 오히려 어려운 사람을 배려하려는 휴머니즘에 가깝다.
그런데 이 소설이 왜 1판 4쇄가 나올 정도로 많이 읽히고 추천되고 있는가? 일단은 흥미 위주의 내용 삽입이 많고, 위에서 언급한 유머스러한 문체가 한 몫 한다고 본다.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
기는 불가능 할 것이다. 별 쇼킹한 내용이 없고 이야기를 이끄는 문체의 힘이 반감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후반부의 반전도 문체 만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상황적 장치가 있어 돋보인 것으로 판단 된다.
주인공 나루세 마세토라는 어떻게 여자나 한 번 사귀어 보려고 덤벙거리고 실제로 가끔은 여자를 사서 욕망을 분출한다. 몸 관리에 신경을 쓰고, 프리터로 자유분방하고 다혈질의 일본 보통 젊은 남자로 그려진다. 어느 날 후배의 부탁으로 노인을 대상으로 사기 판매를 하는 회사를 조사하게 된다. 이 것이 큰 사건의 시발점이 된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자살하려는 여자를 구하고 다시 만나면서 말미에 가서 서로 연결이 된다. 삽입 내용인 나루세의 야쿠자 탐정 수업도 그런대로 웃음이 나오게 하는 부분이 많다.
심적으로 허약하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노인들을 사기 치는 치한들의 스토리는 우리나라도 현재 진행형으로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 몇 십 년 전의 이야기인데 어쩌면 그렇게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지. 하기야 올 해 일본 고교에 가서, 우리나라 고딩들이 돈 받고 하는 방과 후 수업이 있느냐고 물으니 40년 전에 있었다고 답을 듣고 어리둥절한 적이 있다. 한 학교 방문에서 일반화 시킬 수는 없지만 말이다.
특히 이 소설에서 그리는 노인 문제는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 노인은 이 사회의 짐이야. 요즘 노인은 여든, 아흔까지 너무 오래 살거든. 그저 곡식만 축내고 있어. 국가재정이
어려운데 국민의 4분의 1일 차지하는 노인들이 온갖 혜택을 받으며 감사할줄 모르는 쓰레기들이야. 2025년 되면 여자의 평균 수명이 90세가 되는 등 사회보장비용이 대폭 증가하여 국민부담률이 50퍼센트 가까이 되지. 그러면 이 나라는 침몰하는 거야.’(434.436 요약) 비록 악한 입을 빌어 말했지만 우리가 미리 준비해야 될 것이다.
또한 ‘꽃이 떨어진 벚나무는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기껏해
야 나뭇잎이 파란 5월까지야. 하지만 그 뒤에도 벚나무는 살아 있어. 얼마 후엔 단풍이 들지. 빨
간 것도 있고 노란 것도 있어. 단풍나무나 은행나무처럼 선명하진 않고, 약간 은은한 빛을 띠고 있지. 꽃이 지면 다들 무시하지. 색이 칙칙하다느니 어쩌니 하는 건 그래도 좀 나은 편이야. 대부분은 단풍이 드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어.’ (506.508 요약) 일본의 사쿠라를 통한 노인의 쓸쓸한 말로는 추리소설답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노인 문제. 과연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
아무튼 이 책은 무료하고 정신 집중이 잘 안될 때 읽으면 딱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