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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달려나가는 뻬기 뽀스 - 미다스 세계문학 2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지음, 강완구 옮김 / 미다스북스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아이트마토프의 <<백년보다 긴 하루>>를 진지하게 읽고, 또 그의 작품 베기뽀스를 읽게 되었다. 알라딘 검색에서 아직 이 작품의 리뷰가 올려진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중앙아시아의 키르기르스탄의 소설이라 그런가 아니면 50년 동안 읽혀온 고전이라 관심이 적은 것인지 이상한 생각이 든다.
뻬기뽀스는 마을 해안에 나와 있는 바위를 말하는데, 마치 모습이 얼룩무늬 개처럼 생겨서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 이 바위는 바다로 항해 할 때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 마을의 상징물로
여겨졌다.
이 소설의 주인공 12살의 키리스크는 마을의 전통에 따라 오르간 할아버지와 아버지, 므일군 삼
촌과 함께 첫 사냥을 나가게 된다. 마을을 지키고, 종족을 부양하기 위한 첫 통과의례가 되는 셈이
다. 해안을 항해하여 섬 같은 곳에서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것이다. 소년의 어머니는 그를 전송하
면서 바다의 악마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주문을 하게 된다. “자! 숲으로 가라!” “장작은 마른 것으로 골라야 한다. 숲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라!” 바다로 가는데 웬 장작 타령인가. 우리 민속에도 아기가 아무리 예뻐도 무조건 “아, 이 놈 밉게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귀신이 시기한다고 거짓으로 말한 것이다. 중앙아시아라 그런지 우리와 비슷한 풍속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섬에서의 사냥은 그런대로 성공했다. 소년이 넘어져서 총 쏘는 것을 실수 한 것 빼고는.
두 번째 섬으로 향하면서 이들의 시련은 시작된다. 안개 속에 갇혀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헤매게
된다. 얼마 남지 않는 물로 인하여 오르간 할아버지는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나머지 사람을
위해서 바다에 빠져 죽는다. 일종의 세대 교체다. 종족을 위해 소년에게 사랑을 베풀고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미리 마감한 것이다. 삼촌도 바닷물을 마시고 역시 물에 빠져 죽고 아버지와 소년만 남
게 된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홀로 두고 죽는 문제에 갈등한다. 결국 자식을 위해 물 몇 방울을 남기고
소년과의 헤어짐을 택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원한다. 소년이 오르간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자신을 위해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며 생명의 끈을 놓지 말것을.
우리의 삶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고 꾸려지는 것이 아니다. 알게 모르게 많은 주위 사람들
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위험천만하고 예측불허이다. 망망대해에 표류
하여 절망적일 때도 있고, 하는 일 마다 잘되어 환희에 휩싸일 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힘들고
고된 삶을 살아간다. 격랑 속에 서 살기 위하여 몸이 부셔져라 노를 젓고 파도와 싸우는 소년 가
족들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치열한 투쟁 뒤에 미래의 희망을 위해 자기 자신을 기꺼이
버리는 희생정신은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진지하고 안정된 문체를 만나고 한 편의 동화 같은 아름
다운 슬픈 이야기를 원하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