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저리 스티븐 킹 걸작선 10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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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의 문체는 자유스럽고 시원스럽다.  거침없는 표현이 노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하면 너무 허황된 생각이 될까! “나 X하고 싶어” 등 거친 표현이 저자 거리의 욕설로 들릴 수 있지만, 상황에 맞고 보편적 인간이 가지는 정서를 그대로 표현, 마치 독자의 분노를 대신하는 것 같다.

   이런 것은, 그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수동태를 쓰는 작가를 소심한 작가”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그의 글쓰기를 엿볼 수 있는 근거다. “수동태를 쓰는 작가는 나약하고 종종 괴롭히기 까지 한다. ‘회의는 7시에 개최될 예정 입니다.’라고 쓴다. 당당히 써라. ‘회의 시간은 7시입니다.’라고 써라.” 라는 주장이 그의 글이 세련되면서 우리 마음속에 화살이 꽃이 듯 다가오는 한 예가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마치 옷감을 짜듯 치밀한 구성과 날카로운 인간의 내면심리의 묘사는 섬세하다 못해 독자를 전율의 도가니로 빠지게 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로 나는 존그리 샴과 스티븐 킹을 많이 읽는 편이다. 지금까지 읽어 본 그들의 책중, 생각나는 책만 꼽는다면 존그리 샴의 <<의뢰인>>, <<거리의 변호사>>, <<그린마일>>, <<배심원>> 등이 있고, 스티븐 킹의 <<캐리>>,  <<돌로레스 클레이본>>, <<쑈생크 탈출>>  등을 들 수 있다. 실제 직업이 변호사였던 존그리 샴은 문학성이 전문 소설 이상 수준이고 유머와 위트, 재치가 있다.  무절제한 인간의 욕망으로 거미줄 같이 얽힌 사건을 전문적인 법적인 상식을 통해서 흥미 있게 풀어간다. 이에 비해, 스티븐 킹은 인간 내면의 악마성이 얼마나 잔혹하게 나타날 수 있는가 보여준다. 떼로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슬며시 도입하여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유영하게 만든다.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보면 어린 시절에 그의 어머니의 끝임 없는 글쓰기에 대한 칭찬과 독서를 격려했다고 한다. 그런 것이 아무나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독창적 상상력을 그가 가진 것이 아니진 생각해 본다.

   <<미저리>>는 단순한 구성으로 되어있다. 대중소설의 인기작가 폴 셀던이 교통 사고를 당했는데, 그 장소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애니 월크스에게 구출된다. 아니 구출된다기 보다 납치 된다. 간호사 출신인 이 여자는 전반부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를 스토커하는 아주 열성 팬으로 알고 읽게 된다.  애니는 폴을 방안에 가두어 두고 소설을 쓰라고 강요한다. 소설 속에서 죽은 미저리를 살려내고 재미있게 자기를 위해서 글을 쓰라고 N자가 빠진 구식 타자기를 사다 준다.  그리고 작가들이 알지를 못하는 헛소리로 글을 애매하게 쓴다고 욕설을 퍼붓는다. 이 정도의 진도가 나갔을 때  이 여자가 평론가를 상징하고 폴이 스티븐 킹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작가가 평론가들의 무지함을 간접적으로 욕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그녀의 살인 전력과 조울증 비슷한 미친 행동으로 작가 폴을 괴롭히는 부분으로 들어갔을 때 완전히 미친 여자로 다가 온다. 미쳐도  때로는 지성적으로, 기분에 따라서는 아주 잔혹하게 광녀가 된다.  그녀가 사람을 톱질하고 토막내고 찌르고 하더라도, 폴과는 어는 정도 서로 연민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본다. 애니 월크의 다중적이고 독특한 미친 행동과 심리를 이 책의 작가가 그렇게 섬세한 캐릭터로 만들어 낸 것은 정신 병원에 관찰하러 많이 다닌 것이 아닌가.

  이 소설은 읽는 내내 공포와 전율 감을 주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쥐 심장 뛰는 것이 이렇게 처절해! 도망치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이렇게 처절해! 이게 우리 모습이야. 우리는 스스로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쥐덫에 걸린 쥐만큼이나 아는 게 없어.” 애니가 폴을 빗대놓고 하는 말이다.    

  애니의 인간에 대한 적대감과 파괴 의식은 흥미롭고 애처롭다. 우리 모두 애니 월크스의 세계에 빠져 보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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