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로맹가리의 <<중요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책세상      1999
 <<자기 앞의 생>>을 작가 에밀 아자르가 로맹가리 듯이 <<중요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는 얼마 전에 읽은 <<유럽식 교육>>과 같은 내용으로 제목과 출판사만 다른 것이었다.  원래의 제목은 <<유럽식 교육>>인데 역자가 이 소설의 주인공 야네크의 아버지가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 ‘중요한 것은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는다’를  제목으로 한 작품이다.

  많은 전쟁 소설이 인간의 잔혹성과 부조리를 조명하는데 노력하듯이 이것도 극도로 비인간적이고 전쟁의 광풍에 희생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렸다.  거기에 전쟁 중이라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 사랑  배신 등 인간의 아름답고도 나약함이 더 해졌다고 할까.

   폴란드를 배경으로 빨치산들이 지하에 숨어서 독일 군을 상대로 싸우는 이야기로 , 우리의 1950 년대 전후에 지리산 등을 배경으로 한 소설과 비슷하다.  이 책을 읽는 중에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병주의 <<지리산>>, 이태의 <<남부군> 등 오래 전에 본 책이 많이 생각이 났다.

 농부 요제프 코니에치니가 빨치산과 독일군에 양다리를 걸치고 감자 등 음식을 모두에게 주는 것 은, 밤에는 인민군에게 낮에는 국군에게 협력하며 죽음의 공포에 떨었던 우리의 역사를 보는 듯 하다. “ 식량을 가져왔습니다. 마음의 표시입니다. 마음의 표시요! 그는 다시 썰매에 올랐다. 사령부 앞에 오자 로무알드씨를 만나 치즈를 전한다.”

 끝내는 죽음으로 끝나지만 야블론스티와 피아노 치는 여인과의 사랑은 전쟁 중인 혼란기에도 아름답고도 슬프기만 하다. “야네크는 정오에 빌노에 도착했다. 야드비가 양의 집 앞에는 교수대가 두 개 세워져 있었다. 야블론스키와 그의 연인이 교수대 위에서 밧줄 끝에 매달려 있었다. 군인 둘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야네크는 14살의 나이로 경험하기 어려운 힘든 삶을, 아버지가 죽기 전에 마련 해 준 땅 속에서 숨어 살면서 대학생 빨치산 도브란스티와 정신적으로 교류한다.   자기 글을 쓰는 도브란스키는 야네크의 미래에 대한 비관에 희망과 낙관으로 설득한다. 완전히 견해가 다르지만 서로 공감하고 신뢰하고 있다. “오늘 시간 있으면 우리 은신처 로와 책도 읽고, 요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 도브란스키가 말했다. 그럼 미국요? 미국은 머지않아 유렵에 제2전선을 형성할 거야.  ”   “전 그 말 안 믿어요. 야네크가 조용히 말했다.”

 도브란스키키는 그의 책이 완성되면 제목을 ‘유럽식 교육’으로 한다고 야네크에게 말한다. “자유, 존엄성, 인간으로서의 명예, 그 모두가 결국은 사람들로 하여금 목숨을 내놓도록 만드는 한편 의 동화일 뿐이라고 얼마든지 말해도 좋아. 진실이란 역사의 순간들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과 같은 시간 속에 있어. 그런 때에는 인간이 절망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모든 것, 인간에게 믿음을 갖게 해주고 계속 살아가게 해주는 모든 것이 은신처를 피난처를 필요로 하지.” 라고 말하면서 그 피난처가 음악 또는 시일 수도 있지만 자기의 책이 그런 피난처의 하난가 되기를 바란다.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자들이 저들이 우리를 짐승처럼 살게 했지만 우리를 절망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하여 라고.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서 동족을 배신하고, 감자 몇 알에 자신의 부인을 창녀로 전락시키는 전쟁의 비열함을 슬프면서도 여유 있게 작가는 그려가고 있다. 야네크는 이에 절망하고 몸부림친다.

" 그때 문득 야네크에게는 인간 세상에 어떤 거대한 자루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먼 채 꿈만 꾸는 감자들이, 자루 속에서 무정형의 덩어리를 이루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러시아 태생이면서 프랑스 작가로 활동한 로맹 가리는 <<자기 앞의 생>>에서도 그렇지만 어린 소년을 통해서 전쟁으로 빚어진 인간의 희망과 절망을 특유의 문체로 그려낸다. 비정하고 처절함 속에서도 언뜻언뜻 해학이 보이고 재미를 더하는 소설을 우리에게 선사한 작가는 이력 면에서도 평범 하지 않게 부인과 더불어 자살로 생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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