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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장정일 단상
장정일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장정일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인 이유긴 하지만 드물게 중졸 출신으로 감옥을 두 번이나 갔다 온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다. 장정일은 자기의 소원이 동사무소 서기 공무원이나 되어 9시에 출근 5시에 퇴근하여 침대에 책을 쌓아 놓고 읽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책을 많이 읽어, 장정일의 독서일기도 6권이나 펴냈다. 남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장정일. 이해가 간다. 어찌 보편적인 생각과 삶을 살아가면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재미를 주겠는가.
그는 파리체로 파리를 잡는 예화로 글쓰기에 대해서 말한다. " 안 보이는 곳을 쳐야 한다. 보이는 곳을 치는 글은 하수다. 급소란 대개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있는 법이다. 안 보이는 곳, 급소를 찾아내는 눈을 갖춘 사람이 유단자다.
이 작품의 후반부에 많은 지면을 활용하여 <<나의 삼국지 이야기>>를 밝히고 있다. 나는 삼국지를 끝까지 읽지 못했다. 이문열의 것은 7권까지, 황석영은 6권, 장정일은 3권으로 중단하고 말았다. 나의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나 할까. 어찌 보면 유치하기 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장정일은 말한다. 이문열은 <삼국지>를 재구성하고 都肉?대화를 시도했던 사람이다. 오로지 그는 평역만이 천 년 전의 중국 역사와 현재 간의 '역사적 대화'를 하고자 시도했다고 추겨 세우다가 이문열의 보수성과 고답성이 면면히 은닉되어 있는 책이라고 비판한다.
황석의 <<삼국지>>는 이문열의 것보다 혹독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많이 나온 삼국지 중에 황석영의 것이 가장 답답하다. " 민중 민족문화의 좌장이라고 할 만한 그가 <<삼국지>>를 번역한다고 했을 때 많은 독자들은 가슴이 설레었다. 그러나 막상 책장을 펼쳤을 때 민중 민족문학을 아우르는 <<장길산>>과 같은 토종 <<삼국지>>를 읽을 지도 모른다고 기대한 것은 말짱 허사가 되고 말았다. 탈식민주의와 문화 주체성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소위 민족과 민중을 기치 삼아 사회와 문학 예술의 일선에서 향도가 되어 왔던 선생님의 그 책은 독자와 시대에 대한 배신이라고까지 생각된다." (264P)
그는 삼국지의 필요성에 대해서 " 삼고초려니 괄목상대니 백미니 하는 단어들은 우리 생활 속에, 마치 우리 역사의 일부인 듯이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제껏 <<삼국지>>와 우리 사이에 거리를 둘 필요가 없는 모종의 일체감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백 번 공감하는 말이다. 칠종칠금이니 고교 교재에 나오는 <<적벽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국지>>를 읽고 체득화 해야 한다.
그러면 장정일 본인의 작품은 어떤 방향으로 집필되었나. 그는 한자 번역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단순한 <<삼국지>> 번역이 아니라 , 즉 번역이라는 간편성에 안주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여, 인물과 사건에 대한 해석에 집중하였다고 한다. 또한 <<삼국지>>가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는 중화주의와 춘추필법을 털어 내고 나자, 흥미진진하고 광활한 소설의 세계를 대면할 수 있게 하였다고 강조한다. 조탁된 여러 인물들의 메마른 전형성을 벗어나,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며 인간의 피가 도는 주인공들과 조우할 수 있게 했단다.
그는 <<삼국지>>를 읽는 독자들에게 주문한 말은 상당히 공감이 간다. " 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굳이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인지를 편 가름 하기보다, 겉으로는 인의 구국 창신을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권력과 허명을 좇는 남성적 위선의 세계에 의해 희생당하는 당대의 평범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수많은 영웅들이 모조리 죽고 책장을 덮을 때, 그래도 살아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삼국지>>는 자신을 거울처럼 빛내며 우리의 현재 모습을 비춰 줄 것이다."
다시 한 번 장정일의 <<삼국지>를 도전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