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5
황석영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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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작가 중 가장 호감이 가는 황석영. 그는 어떤 먹물들 마냥 머리로 또는 입으로만 세상을 살아가는 자가 아니다.   노동, 해병대, 월남, 광주사태,  해남,  북조선 방문,  국가보안법,  독일,  떠돌이,  귀국, 감옥, 등 그와 관계있는 말이다.  실천하고 체험하며 항상 민중을 생각하는 한국의 장 폴 싸르트르,  그래서 그의 삶은 평범하지도 평온하지도 않았다.

  그를 애기 할 때는  이문열을 자주 들먹인다.  황석영이 약간 좌쪽에 서 있다면  이문열은 우파다.  이문열이 조선일보와 같은 칼러면 황석영은 조선의 문학상을 거부한다. 이문열이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이었을 때 황석영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쓴다.  이문열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를 담임을 통해서 해결한다면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는 등장하는 어린 인물들이 자발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헤쳐 나간다. 이문열이 <<삼국지>> <<수호지>>로 떼돈을 벌 때, 황석영은 쫓기고 쫓겨 국제적 떠돌이로 방황한다.

  감옥 갔다 와서 쓴 <오래된 정원>>을 읽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요즘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고 있다는 말도 있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암울하면서도 아름다웠으며 슬펐던 생각이 난다.  <<손님>>은 우리 민족사의 비극을 다시 한 번 비춰준다.   <<한씨연대기>> <<삼포가는 길>>은 고교 교재에 나오고 <<장길산>> 등 우리가 꼭 일독할 작품이 많다.  구태여 흠을 잡자면,  신문연재 소설 <<심청>>에서는 집중력이 약간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80년대에 읽어 본 그의 작품을 재독했다.

<<돼지꿈>>   고물을 주우며 근근이 살아가는 강씨는 송아지만한 죽은 개를 얻어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 온다. 그런데 의붓자식 미순이가 일수 영감의 돈을 빌려 줄행랑을 쳤다가 애비 없는 임신을 해 가지고 돌아온다.  이 일로 마누라와 티격태격하고, 그의 처는 그대로 고민에 빠진다.  언제나 밑바닥 인생이 그렇듯이 이들은 좌절하지 않는다.  "어쨌든 강씨 처는 마음을 정하자마자 한결 근심이 덜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날마다 죽을 둥 살 둥 하면서 그래도 가난 때문에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할 위기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도 용케 살아 나왔던 것이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언제는 돈 있어서 살았냐, 속아서 살았지." (24P)

  개를 그슬리면서 동네 남자들은 활기를 띄고,  그의 또 다른 의붓자식 근호는 공장에서 손가락을 잘리고 보잘 것 없는 보상금에 포장마차에서 절망의 술을 마신다.  70년대 후기 산업사회의 열악한 노동 현실은 다시 우리를 슬픈 과거로 돌아가게 한다.  " 나두 일본말이나 배웠다가, 본사에 가봤으면."  "우리 같은 건 본사 직원 근처엔 얼씬 두 못 해. 검사 과에 있는 미스 박이라고 훌쭉한 애 있잖아. 와다나베인다, 오리바신가 하는 꼰대하구 살림 차렸대."  그 당시 우리나라에 진출해 노동착취 등 여러 문제를 야기 했던 일본의 기업들의 문제. 일본 현지처, 여공의 숙소인 닭장 집 등 70년대의 우리네의 풍속도다. 

  근호의 손가락 세 개 잘린 보상금으로 미순의 결혼 문제를 해결하려하고 그들은 그 날을 죽은 개를 얻는 것처럼 돼지꿈을 꾸며 낮게 그리고 좌절하듯 하면서도 끈덕지게 살아가고 있다.

그 밖에 수록 작품은 월남 파병 훈련병과 술집 작품의 포근한 이야기<몰개월의 새>>,  탈영 및 살인죄의 병사 호송 과정의 이야기<<철길>>,  자기 성도 모르는 동이 노인이 자신의 정체성에 눈떠가는는 이야기 <<종노>>,  소도둑<<밀살>>,  노동 착취<<야근>> ,  명분 없는 전쟁 <<탑>>,  산업사회 발전 논리로 무참히 파괴되어 가는 우리의 마음의 고향 삼포, 크로바 삼립 빵이 그립다.<<삼포 가는 길>>,    의식 없고 조직력 없는 노동 쟁의의 허무함,  짓밟히면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동료를 배신하는 얄팍한 민초들의 문제 <<객지>>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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