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시골길에서 버스를 타면 장날에 재밌는 구경을 하게 됩니다.그때는 버스도 택시 잡듯이 길가에서 손을 흔들면 멈추는 방식이었습니다.어느 날 버스 차창 너머 나이든 아줌마 한 분이 손을 들어 버스가 멈췄는데 강아지 세마리가 든 다라이를 들고 올라탔습니다.강아지는 아직 갓난애 티를 못벗어 정말 귀여웠습니다.나는 강아지 옆에 가서 앉아 보듬어봤는데 입에서 두달이 채 안된 강아지에게만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났습니다.그래서 더 귀여웠고요.강아지들은 서로 안기려고 꼬리를 흔들고...

 

  요즘에도 라디오 방송을 들어보면 시골에는 닭이나 염소 들을 데리고 버스에 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시골 버스는 승객과 기사가 다 아는 사이가 많아 가축을 데리고 탄다고 얼굴 붉히는 일이 드물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래서 우리나라는 법치주의가 안 선다 운운"하며 비분강개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하지만 시골 버스에 동물 태우는 것이 우리나라 시골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양이나 소를 많이 키우는 나라에서는 가축 떼가 도로를 막을 때도 있는데 운전자들은 그러려니 하고 기다려줍니다.산악지대를 운행하는 트럭에도 염소나 닭을 안고 가다가 강을 건널 때는 배에 옮겨 싣기도 합니다.

 

  도로 사정이 안 좋은 험산지대에는 작은 비행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곳에서는 당연히 비행기 안에 가축들을 싣고 갑니다.비행기가 조그맣고 문을 열 수 없으니 사람냄새 가축냄새가 뒤범벅이 됩니다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참고 가는 것이지요.

 

  비행기는 창문을 닫고 가니 동물이 튀어나갈 염려가 없지만 버스는 그렇지가 않습니다.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에 열어놓은 창문으로 종종 닭이 탈출하여 승객들이 모두 내려 닭 잡느라 난리법석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닭이 탈출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난리법석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어떤 중년남자가 자루를 들고 시골 버스를 탔는데 자루를 느슨하게 해놓았는지 안에서 뱀장어 같은 것이 튀어나왔는데 알고 보니 뱀...그 중년남자는 땅꾼이었던 것입니다.땅꾼은 까치살모사 같은 맹독성 독사도 잡기 때문에 승객들은 혼비백산했지요.기사는 버스를 정지시키고 승객들은 대피하고 땅꾼은 서둘러 뱀들을 자루에 넣어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요즘은 뱀을 못잡게 하니 시골버스를 타더라도 뱀이 튀어나오는 일은 없겠지요.뱀장어인가 하다가 뱀인줄 안 그때 그 승객들은 얼마나 놀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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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2-15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근무의 즐거움중 하나가 장 구경입니다. 5일장이 서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옛날 핫도그를 설탕에 듬뿍 묻혀 먹으면서 다닙니다.
다라이, 우리는 다라라고 했는데 정겹네요.
뱀은 헐입니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게 뱀! 이랍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2-15 11:34   좋아요 0 | URL
특히 시골장에 나온 강아지나 아기염소 구경하는 재미가 좋더라고요.

다라이라는 단어가 일제잔재라고 비분강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아하하...저는 뱀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