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동네 정미소에 갔다가 거기 사는 거위떼가 나에게 우~하고 몰려와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거위는 개처럼 낯선 사람에게 짖는 버릇이 있는데 그 거위들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내게 다가와 모자를 부리로 물어갔으니 심장 약한 어린아이였다면 기절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어린 꼬마에게 거위는 어마어마하게 큰 새였으니까요.아주 오랜 일인데 지금도 기억하는 것을 보면 꽤나 놀랐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동물에게 크게 놀란 사람은 어른이 되어도 그 동물을 무서워한다는데 나는 전혀 그런 게 없습니다.몇 년 후에 큰 셰퍼드에게 물린 후에도 여전히 큰 개들을 좋아했으니까요.거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우리나라 농촌에서는 거위를 많이 키우지 않는 편인데, 가끔 낯 선 지방에 가다가도 거위를 보면 굉장히 반갑습니다.그 특유의 꺽꺽대는 소리가 나면 기어이 거위를 보러 부근을 찾아 헤맵니다.모습을 볼 수 있으면 옛 친구를 만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 많습니다.50이 넘어서까지 한 번도 농촌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이러니 오리와 거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합니다.예전에 어떤 지인들과 어느 농촌마을을 걸어갔는데 그들 중 한 명도 거위를 알지 못하더군요.오리와 거위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저거 보세요." 하고 거위를 가리켰더니 "저기 큰 오리는 왜 저렇게 큰가요?" 하는 반응들입니다. 그래서 나는 "저 놈들 울음소리를 들어보세요." 했지요.거위 우는 소리는 마치 놀이터 그네줄이 삐걱대는 것과 비슷합니다.지인들은 "소리가 이상하네요.저게 뭡니까?" 하고 묻습니다.내가 "저게 바로 거위입니다" 하고 알려줬더니 아하...그렇군요...하고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거위는 오리와 전혀 다릅니다.체격이 훨씬 크고 특히 목이 깁니다.기러기를 길들인 것이라서 오리보다는 고니와 비슷하지요.외국에서는 야생기러기를 개량하여 새로운 거위 품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흰 기러기는 정말 백조처럼 생겼습니다.도시에서만 산 사람이라면 덩치가 큰 오리가 목까지 길다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 거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오리를 많이 기릅니다만 외국에서는 거위를 식용으로 많이 기릅니다.오리와 거위를 구별하지 못한 사람들이 푸와그라 요리 재료를 오리 간이라고 잘못 전했는데 이것도 거위 간을 재료로 하는 고급요리입니다.하지만 억지로 거위 식도를 통해  먹이를 공급해 비정상적으로 간을 크게 하는 사육방식 때문에 요즘은 동물학대라고 하여 푸와그라 요리를 금지하는 곳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거위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마 보았어도 오리로 착각한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앞으로 무슨 오리가 저렇게 덩치가 크지? 하고 이상한 생각이 들면 자세히 보십시오.그리고 긴 목과 이상한 울음소리를 가졌다면 그 새가 거위라고 생각하십시오.자세히 보면 꽤나 맵시있고 멋진 새입니다.거위와 기러기가 사촌지간이라 할 수 있으니 동요에 나오는 기러기도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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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11-19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개만큼이나 거위가 집을 지키는 동물이었다고 하는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개처럼 거위도 10리밖에서부터 주인의 기척을 알아채고는 반기면서 뛰어나왔다고 하더라구요. 그 글이 기억에 남아서 언제 개를 키우는 것처럼 거위도 키워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11-19 15:08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그 거위도 집을 지키려고 낯선 사람인 저에게 몰려온 것이겠죠.

거위나 기러기 종류는 어디나 다 살고 있으니 미국에서도 한번 길러보심이 어떨런지요?

transient-guest 2013-11-20 03:06   좋아요 0 | URL
그게 일반 주거지역은 가금류를 함부로 키우지는 못하는 것으로 압니다.ㅎㅎ 게다가 지금은 개가 두 마리에요. 원래 네 마리였는데, 둘은 하늘나라로 간지 좀 됐지요.

노이에자이트 2013-11-20 17:41   좋아요 0 | URL
오...그렇군요.거위는 다른 동물과 함께 키워도 됩니다.개나 닭과 함께 키우는 곳도 많아요.교외지역에 살 때 한번 고려해 보세요.

transient-guest 2013-11-22 02:42   좋아요 0 | URL
제 꿈입니다. 조금 한전한 교외로 나가서 virtual office로 일하면서 동물키우고 하는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