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을 소설가인 임철우씨가 소설화했습니다.어느 시골 간이역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시나 소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간이역이 어디인지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서울엔 지하철역 중에 사평이 있지만 설마 그곳이 시와 소설에 나온 사평역은 아닐 거야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임철우 씨가 광주항쟁을 배경으로 하는 장편 <봄날>을 썼으니 전남 어느곳에 사평이라는 간이역이 있지 않을까 짐작한 사람들은 화순에 사평이라는 지명이 있음을 찾아냈습니다.
경전선은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옛날 정취를 간직한 간이역이 많은 곳으로 여행프로그램에도 가끔 나옵니다.특히 송정리 지나 진주까지는 영화에도 나옴직한 시골 풍경을 지닌 간이역이 사진가들의 발길을 모으기도 합니다.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황석영의 역사소설<장길산>에 나오는 천불천탑이 화순에 있음을 들어 사평에 대한 기대감을 더 부풀립니다.선사시대 유적에 관심이 이쓴 이라면 고인돌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 화순이라며 문화유산답사 겸 사평역을 가보자고도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평이라는 곳에 가보면 사평역은 찾을 수 없습니다. 사평 사람들은 버스 정류장을 말하는 가보다 하고 생각할 것입니다.왜냐면 경전선 열차는 화순 역에서 바로 능주 이양을 거쳐 가지 사평 쪽으로는 안가기 때문입니다.사평은 화순군 남면 사평리인데 이곳은 열차가 지나지 않습니다.철도가 이곳에 없으니 당연하지요.
스쿠루지나 셜록 홈즈가 실제 인물이라고 여기는 영국인이 많다고 합니다.사평역도 곽재구나 임철우가 가상의 간이역을 만들어낸 것이지요.하지만 실망할 것은 없습니다.사평은 물놀이 하기 좋은 곳으로 예전부터 알려져 있고 주변 산도 이쁩니다.또 5일장도 있고, 기정떡이라는 독특한 떡이 있으니 입도 심심하지 않습니다.국립공원 같은 유명관광지의 복작거림이 싫은 도시 사람이라면 호젓한 시골 분위기를 즐길 만합니다.
***김승옥의 단편 '무진기행'의 무진도 가상지역인데 김승옥 씨에 의하면 고향인 전남 순천을 모델로 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