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한국전쟁 60주년이라 방송,신문 등에서는 그 특집기획을 선보이고 있습니다.다큐멘타리 외에 드라마,영화도 나오고 있는데 한국방송에서는 '전우'를 방영하기 시작했습니다.물론 75년~76년에 방영한 원판 '전우'와는 전혀 다르지요.하지만 한국방송극의 역사에서 70년대의 '전우'는 큰 획을 긋는 대작으로 꼽힙니다.스튜디오를 벗어나서 야외촬영이 많았고 일종의 액션영화로도 볼거리를 제공했지요.당시 시나리오를 쓴 작가가 김중희 씨입니다. 

  김중희 씨는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최전방을 취재한 경력을 살려 전쟁역사물을 주로 집필했습니다.원래는 소설을 쓰다가 나중에 라디오 텔리비전 극을 쓰기 시작했지요.그가 쓴 대표작이 라디오 방송극으로는 동아일보사의 '한국전쟁'과 동양방송의 '기러기 아빠'입니다.'기러기 아빠'의 주제가는 이미자가 불러서 유명해졌지요.'한국전쟁'은 나중에 전 10권으로 책으로 나왔습니다.두툼한 장정본으로 1950년 6월 25일부터 1954년의 남도부 체포까지 나오는 대하실록이지요.제가 한국전쟁 공부할 때 정독했던 기억이 납니다.역시 시나리오 작가는 문장이 스피디하고 대화체가 많아서 읽기 수월합니다.그리고 이 실록은 무엇보다도 자세합니다.

  그는 전쟁과 분단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시나리오 전문입니다.얼마 전 김원일 씨가 '이젠 요즘 작가들은 분단문제 같은 것은 쓰지 않는다'고 말했던데 아마 분단이나 전쟁을 소설로 써서 팔렸던 것은 80년대 말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김중희 씨의 단편소설 중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해진 것은 '짝코'입니다.빨치산 출신의 장기수 이야기인데 임권택 씨 감독으로 김희라가 주연하여 상도 받은 우수한 영화입니다.예전에는 TV에서도 종종 방영했지요. 

   대중들은 김중희보다 그의 '전우'를 기억합니다.그리고 주연인 나시찬 씨도 빼놓을 수 없지요.전우에서 김소위 역을 맡은 그는 믿음직한 대한민국 국군의 상징이었습니다.그런데 드라마 '전우'에서 국군으로 나왔던 연기자들은 대체로 그리 장수하지 못했습니다.지금도 연기자로 활약하는 사람은 장항선 씨밖에 없지요.나시찬 씨는 마흔도 못채우고 타계했고 다른 이들도 90년대를 전후해서 모두 저세상 사람들이 되었지요.연기자로는 한참 일할 때였는데...

   얼마전 서른 살 내외의 연예부 기자들이 방담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동아방송과 동양방송을 혼동하더군요.동아방송은 동아일보사에서 운영하던 라디오 방송국이고 동양방송은 라디오 TV방송국이 다 있었습니다.삼성에서 운영하던 방송국으로 당시 사장은 이병철 씨(이건희 씨 아버지)였지요.두 방송국 모두 5공화국 들어서 신군부가 통폐합하면서 없어져 버렸습니다.지금 중년 이상의 연기자 중에는 동양방송에서 연기자로 데뷰한 이들이 꽤 있지요. 

  김중희 씨는 제 1회 반공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이 상을 받은 또 한 명의 유명 문인은 재작년에 타계한 홍성원 씨입니다.홍 씨의 수상작은 <남과 북>.역시 한국전쟁의 전기간을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이지요.홍 씨도 이야기 풀어나가는 솜씨가 좋기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한국전쟁을 공부하려면 우선 전쟁의 전모를 차분하게 자세히 읽어야 합니다.그럴 땐 어려운 학술서적보다는 대하실록이나 대하소설이 좋지요.김중희의 대하실록 <한국전쟁>전 10권은 그런 면에서 매우 좋은 책입니다.반공색채가 너무 강한 것은 당시 집필 당시의 상황을 감안하여 봐줄 만합니다.우선 필요한 것은 사건 자체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 먼저니까요.헌책방에는 지금도 종종 나오니 구입해서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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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0-06-2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시찬 이란 이름을 다시 듣게 되네요.
전우에 등장한 인물들 얼굴은 기억나는데, 이름은 가물가물합니다. 강 아무개 배우도 타계했지요.

노이에자이트 2010-06-23 17:22   좋아요 0 | URL
인민군 악역 전문이었던 이일웅 씨도 유명했지요.

잉크냄새 2010-06-24 13:31   좋아요 0 | URL
저 배우 이름이 생각났네요.
강민호. 전 개인적으로 나시찬보다는 강민호 라는 배우가 더 맘에 들었었죠.

노이에자이트 2010-06-24 16:52   좋아요 0 | URL
네...그래요.인상이 강렬했지요.강민호 씨는 그 뒤로도 굵직한 조역을 맡았는데 나시찬 씨는 워낙 요절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