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의 눈으로 자신을 평가해 보라고 합니다.그래야 어른이라고 하네요.하지만 자기 일을 그렇게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다 점수를 조금씩 더 줄 것이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잘못된 점도 정당화할 것입니다.모래에다 고개를 파묻는 것은 타조만이 하는 짓이 아닙니다. 

   아마도 자기 자신의 실체를 가장 잘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 몸값이 아닐까요. 몸값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사람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교통사고를 당하면 그 사람의 재산,세금액수 등을 따져서 산정액이 나옵니다.백수와 연봉 1억받는 사람을 동등하게 취급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기가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기준은 역시 결혼적령기를 넘겨서 하는 소개팅이나 맞선입니다.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때와는 달리 이때는 서로 맞는 사람끼리 만나야 하니까요.연속극 같은 데 자주 나오는 장면 중의 하나가 혼기를 좀 놓친 노처녀를 주변의 지인들이 소개팅을 시켜주는 장면입니다.설레는 마음을 안고 소개팅 자리에 나간 여인.그런데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는 중늙은이...배는 불룩 나오고 주름진 얼굴에...실망과 분노가 범벅이 된 여인은 겨우 겨우 그 자리를 참고 나와서는 그런 아저씨 티 팍팍 나는 남자를 소개해준 지인에게 직행해서 한마디 합니다."아니! 도대체 나를 뭘로 보고 그런 남자를 소개한 거야! 어따대고! 운운..." 그러면 그 지인이라는 여인도 한마디 하지요."야! 네가 무슨 대학 갓 졸업한 20대냐? 너 이제 곧 나이들면 40넘고 애기도 못낳아.그 남자가 나이는 좀 먹었어도 알부자야.생각해 줘서 소개했더니 뭐 어쩌고 어쨰? 주제파악 좀 해!"

   상대방이 말도 안 된 억지를 동원해서 나를 몰아세울 때도 상처가 되지만 사실 그대로를 말할 때가 더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인정은 하기 싫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실이란 게 있지요.아무래도 이런 문제는 여자들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겠지만 남자들 역시 이런 일에는 주제파악을 해야지요.내 소개팅 상대로 왜 저런 나이 든 여자가 나왔냐고 노발대발하기 전,이제 나도 저런 사람이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나보다...해야지요.사실 혼인적령기를 넘긴 남자가 엄청난 갑부가 아닌 이상 상대 역시 나이든 여자가 어울립니다.반대로 여자도 마찬가지구요.괜히 연속극이 사람들 눈만 높여놓았지요. 

   그러니 나이들어서 소개팅이나 맞선 자리에 나가면 상대방에 대해 이러저러한 평가를 내리기 전에 자기의 주제파악부터 제대로 하는 게 낫습니다.그렇지 않고 괜히 튕겨봤자 지 주제도 모른다는 악평만 늘게 되지요.그래서 상대가 나이들고 주름도 진 사람이 나왔다면 나도 역시 그런 사람에 어울리게 나이가 들었구나 생각하는 게 속 편합니다.아마 상대방도 나를 보면서 좀 나이든 사람이로군...하고 생각할 겁니다.속칭 이코르 쎔쎔이지요.그러니 소개해 준 지인에게 게거품 물며 따지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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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2010-04-09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민감한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견해라고 보여집니다. "동일성과 차이"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 "객관화"는 어떤 "기준"에 의해서 사물을 분류하고 배치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것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것을 피할 방법은 없겠죠.

어떤 것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차피 사물과 사람의 다양성과 차이를 억압하는 것이겠죠. 그 수치화는 항상 "객관화"하는 말로 정당화될 겁니다. 그것의 불가피성이나 엄존함을 인정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정당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4-09 17:08   좋아요 0 | URL
나이먹은 뒤에 어린 배우자감은 없나 과욕부리지 말자는 얘기지요.

비로그인 2010-04-1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쪽이든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가 이것 밖에 안되냐며 씩씩 거린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봤어요.

노이에자이트 2010-04-10 15:27   좋아요 0 | URL
나이를 들면 적당히 체념하면서 살 줄도 알아야 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