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계와 사회운동 인맥의 양대축인 NL과 PD. 특히 전자는 주사파,종북주의자들이라는 비아냥도 받고 있지요.피디파는 모르는 사람들에겐 방송국 피디라고 오해도 받지만, 나름대로 자신이 진짜 정통이고 엔엘 계열은 뭔가 그 바닥의 짝퉁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두 파벌 모두 이제 50줄이 내일 모레군요.
엔엘과 피디의 구별법으로 엔엘은 꼴통같고 피디는 왕싸가지 같다는 세간의 평가가 있습니다.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사람을 보면, 엔엘은 "이게 다 남북분단 때문이야" 하고, 피디는 "이게 자본주의 때문이야" 한다는 우스개도 있지요.이 두 사고 방식의 공통점은 근본주의자라는 것입니다.
1994년 김문수,이재오가 전향하여 민자당에 입당한 뒤로 헌책방에서 엔엘 계열과 피디 계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그전에 경제사, 헤겔을 비롯한 독일 근대철학이나 소련의 철학교정을 읽었기 때문에 이 양반들의 책을 비교적 알아 들으면서 읽었지요.하지만 이미 그런 책들 읽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질 때입니다.그러니 그런 책들을 읽던 사람들도 헌책방에 팔아치운 것이죠.덕분에 저같은 사람이 뒤늦게나마 싼값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구요.
<주체사상 비판>이라는 책이 있는데,이 책이 반공교재인줄 알았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피디파들이 얼마나 엔엘을 미워했는지 알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더군다나 이 바닥 사람들 특유의 신랄하고 찌르는 듯한 비아냥이 문장마다 그득하지요.읽다 보면 "글이나 말을 이런 식으로 하다가 버릇이 되면 어디가서 호감은 못받겠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그런 것을 멋이라고 생각한 것인지...사람의 말버릇 못지 않게 글버릇도 고치기 힘들거든요.그냥 평범하게 말해도 될 것을 일부러 매섭게 쓰는 버릇 말입니다.게다가 사상가나 꼬부랑말,사자성어등을 인용하는데 문자 써서 사람 괴롭힌다는 말이 저절로 생각나게 되지요.
엔엘의 대부인 김영환은 이미 서른이 채 안 되어 전향한 뒤 지금은 뉴라이트의 이론지 '시대정신'의 주간을 맡고 있습니다.엔엘의 상당수는 뉴라이트 운동을 하고 있지요.엔엘 시절 자기들과 조금만 다르면 사상성이 부족하네 계급성이 부족하네 하면서 거품을 물었던 이들이 이렇습니다.변신도 화끈하다고 해야 할까요.이들과 다르기는 하지만 안티조선 초창기 주창자인 변희재의 변신도 볼 만하지요.
지금도 헌책방에서 엔엘계열의 책들을 종종 만납니다.책속에는 요란하기는 하지만 어쩐지 공허한 사상투쟁적인 어투가 불쑥 튀어나오지요.하지만 워낙 그 바닥에서 전향자가 많은지라 "이 사람들 혹시 지금은 뉴라이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그래서 피식 웃으면 책방 주인은 "뭐 재밌는 거라도 있소?"하고 물어보지요.저는 그냥 "아니에요.그냥 웃겨서..." 하고 맙니다.